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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2: 로마서의 구조에서 나타나는 여러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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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3 조회수3,505 추천수0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다 (2) 로마서의 구조에서 나타나는 여러 기도

 

 

로마서를 바오로의 기도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때, 바오로가 코린토에서 로마서를 쓰던 57년경의 로마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바오로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로마서의 역사성에 관심을 가지면 하느님의 말씀이 전달되는 구체적 시간과 장소를 토대로 로마서에 나타난 바오로의 기도를 이해할 수 있으며, 해당 기도 구절의 배경도 파악할 수 있다.

 

 

로마 그리스도교 공동체

 

바오로는 로마서 머리말(1,1-7 참조) 끝자락에서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로서 하느님께 사랑받는 로마의 모든 신자”(1,7ㄱ)에게 은총과 평화를 비는 인사를 한다. 로마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마도 푸테올리 항구(사도 28,13 참조)에서 로마로 통하는 고대 로마의 상업도로를 따라 로마에 들어온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최초의 확실한 근거지를 회당에서 찾았을 것이다.

 

다시 로마에 있던 회당은 20-50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권위 있는 중심 조직체는 없었다. 그보다 로마의 유다인들은 자발적 연합체로 조직되어 있었다. 로마 주민 가운데 많은 이방인은 유다교의 믿음과 실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유일신 신앙, 높은 차원의 윤리, 안식일 준수, 그리고 특정 음식을 금욕하는 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믿음과 신앙을 실천하는 로마 유다교 공동체에게서 동료 이방인보다 더 우월한 생활방식을 보았다. 로마의 유다교 공동체도 스스로 이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방인들 가운데 소수만이 할례를 받고 완전히 유다교 생활방식으로 개종하였고, 대다수 사람은 로마 유다교 공동체와 결합되어 있으면서 그들의 신앙과 의식을 선택하여 받아들였다.

 

로마의 첫 그리스도인들은 회당을 토대로 차츰 뿌리내리기 시작하였다. 고고학자들은 초세기 로마의 많은 그리스도인이 로마에서 가장 가난한 두 개의 유다인 구역에 살았는데, 그곳은 작은 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이었다는 것을 밝혀 냈다. 그러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때문에 그리스도인과 유다인 사이에 소요가 많이 일어났던 40년대 말,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칙령으로 유다인 대표들이 로마에서 추방되었다. 바오로가 “예수님 안에서 나의 협력자들”(16,3)이라고 부르는 프리스카와 아퀼라 부부도 이 사건으로 추방되어 코린토에 가서 바오로를 만나게 되었고, 로마 교회에 대한 소식을 그에게 전해 주었을 것이다(사도 18,2 참조).

 

이 사건이 일어난 후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회당과 갈라져 독자 노선을 걷게 되었다. 몇 년 후 클라우디우스가 죽자 많은 유다계 그리스도인이 로마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방계 그리스도인들과 율법 준수와 음식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으면서도 신앙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바오로가 로마서를 쓸 때 로마에는 ‘교회(에클레시아)’라고 부를 수 있는 견고하게 일치된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은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는 개인 거주지에서 나뉘어 만나고, 가정 교회에서 모임을 가지곤 하였다.

 

 

바오로의 상황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편지를 쓸 때 그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갈라디아 교회에서 율법 때문에 자신이 전한 복음이 허사로 돌아가는 정신적 위기를 겪은 바로 뒤였다. 사도직 면에서는 예루살렘에서 일리리쿰까지 이르는 넓은 지역에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한 후(15,19 참조), 더는 그곳에서 할 일이 없다고 여기고 스페인 선교 계획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스페인으로 가기 전에 바오로는 이방인 교회에서 모든 성금을 예루살렘 성도에게 전달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갔다가 로마에 잠시 들릴 예정이었다(15,22-33 참조).

 

바오로는 왜 자신이 창립하지도 않은 로마 그리스도 공동체에 그토록 체계적이고 긴 서간을 보냈을까? 아마도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1,16)인 복음의 본질을 로마 공동체의 신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구체적 삶에서 체험하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 목적 외에 이방인의 사도로서 더 많은 신자를 얻기 위한 선교적 목적,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목적 이유, 로마 공동체에 자신을 소개하고 그의 복음을 변호하기 위한 것 등 다른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로마서의 구조 안에서 본 기도

 

로마서에서 기도를 배우는 첫걸음으로, 로마서의 구조에서 기도 자료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로마서의 중요한 대목에서 바오로의 감사 기도, 탄원이나 중재 기도, 찬미가와 영광송을 찾아볼 수 있다. 아래 표는 로마서의 기본 설계도이다.

 

1,1-7: 시작 인사

  1,8-17: 입문(1,16-17의 주제 구절로 마무리)

  1,18-4,25: 신앙으로 의로워지는 유다인과 이방인

  5-8장: 그리스도 안의 새로운 삶

  9-11장: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관계와 이스라엘의 장래

  12,1-15,13: 공동체에게 하는 권고

  15,14-21: 바오로의 사도직

  15,22-33: 바오로의 여행 계획

16,1-27: 안부와 마지막 인사

 

바오로가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안부라는 서간의 전형적 요소 세 가지를 담은 서문(1,1-7 참조)을 마무리하며 로마 공동체에 ‘은총과 평화’를 비는 기도를 한다(1,7ㄴ 참조). 서간 마지막에서도 “우리 주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16,20)고 기도하여 ‘은총’이라는 용어가 서간의 처음과 끝을 여닫는 액자 틀을 구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1,7; 16,20 참조). 이어서 ‘감사하다’는 동사로 시작되는 ‘감사 대목’(1,8-15 참조)에서 세 구절이 감사와 탄원 기도에 할애된다(1,8-10 참조).

 

1,18-4,25은 유다인과 이방인이 모두 신앙으로 의로워진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방인과 유다인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지 않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신앙으로 의로워진 그리스도인의 새 삶을 다루는 5-8장의 중간 부분인 6장과 7장에서 바오로는 죄에서 벗어나 이로움의 종이 된 것에 대해(6,17 참조), 죄의 법에 빠진 몸을 구해 준 것에 대해(7,25 참조)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8장은 ‘성령 안의 삶’을 다룬다. 기도와 성령의 뗄 수 없는 관계(8,15-17.23.26-27 참조)와 ‘우리를 위해’ 천상에서 기도하시는 중재자인 그리스도의 모습을 소개한다(8,34 참조). 508장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찬미가(8,31-39 참조)로 마무리되며, 1-8장의 내용을 요약한다.

 

5-8장에서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과 희망을 설명한 후, 9-11장에서 바오로의 시선을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에 따른 구원을 거부하는 유다인들에게 옮아간다. 바오로는 세 장에 걸쳐 자신을 동족인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그의 ‘탄원 시편’을 하느님께 대표로 바치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9-11장은 구조상 구약성경의 탄원 시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서 이스라엘의 위치를 성찰하는 9-11장은 하느님의 풍요와 지혜와 지식을 찬미하는 영광송으로 마무리된다(11,33-36 참조).

 

12,1-15,13은 로마 공동체에 전하는 구체적 권고를 담고 있다. 이 대목은 공동체가 일치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두 개의 기원 기도(15,5-6; 15,13 참조)에서 절정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사도직 계획을 전하면서 로마서에서 처음으로 신자들에게 자신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고 간절히 청한다(15,30-33 참조). 로마서는 바오로가 자신의 복음 선포를 통하여 모든 민족을 믿음에 순종하도록 이끄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바라는 장엄한 영광송으로 끝난다(16,25-27 참조).

 

* 임숙희 님은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로마서의 바오로 기도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회의 신앙과 영성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글쓰기와 강의를 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2년 2월호(통권 431호), 임숙희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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