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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이야기: 천지창조, 그 생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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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2 조회수8,131 추천수0

[성경 이야기] ‘천지창조, 그 생명의 기록’

 

 

세상의 기원을 알려주는 천지창조에 대한 성경 말씀은 또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이야기를 가득 들려주고 있으며, 또한 ‘일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도 보여줍니다. 73권의 성경 첫 구절은, ‘일하시는 하느님’을 ‘창조하시는 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창조하셨다’(창세 1,1)라고 번역하는 히브리어 동사 ‘바라’는 ‘새롭고도 예외적이며, 감탄을 자아내는 창조’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바라’는 구약성경에서 54회 쓰여졌는데, 특이한 점은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활동에 한해서만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창조(1,1-2,4ㄱ)행위 가운데에서 특히 생명체를 만드실 때 이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점은 하느님의 생명을 피조물에게 나누어 주시는 행위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더구나 이 동사는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1,27) 세 번이나 반복하여 쓰여졌습니다. 이는 인간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제2이사야서 저자 또한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서 당신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행위를 가리키는 동사로 ‘바라’를 즐겨 사용하였습니다. 곧 하느님의 인간 구원은 피조물에게 생명을 주는 그 지극한 사랑과 같다는 말입니다.

 

그다음 2절에서는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2) 하며 ‘하느님의 영’에 대해 말합니다. ‘감돌고 있다’의 히브리어 동사는 ‘라하프’인데 그 뜻은 ‘알을 품다’, ‘날개를 퍼덕이다’, ‘떨리다’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영은 ‘품으시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감돌고 있었다.’는 묘사는 마치 암탉이 알을 품듯이 하느님의 영이 어둠 가득한 심연 위에 내려앉아 품어주신다는 표현입니다. 알을 품는 암탉이 생명을 탄생시키듯이 하느님의 ‘품으심’으로부터 생명의 창조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신명기 32장 11절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독수리가 어린 새끼 위를 날며 지켜보는 것처럼 보호하셨다.’라고 할 때도 이 동사를 사용합니다. 새끼를 품듯이 날개를 크게 펴시어 심연을 품은 일은 바로 ‘생명’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창세기 1장은 단지 ‘세상 창조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생명 창조의 기록’이라는 것도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창세기 1장 3절을 봅시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처음으로’ 만드신 것이 ‘빛’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빛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라고 합니다.(1,4) ‘보시니 좋았다’라는 말씀은 창조 이야기에서 일곱 번이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빛’의 창조 이후부터 시작합니다. 빛은 생명을 주고 유지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모든 생명을 창조하시기 전에 먼저 빛을 창조하신 것입니다. 창세기 1장에서의 빛은 천지창조의 서막이며 동시에 ‘생명의 젖줄’이라는 의미로 크게 다가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 자신을 ‘빛’으로 표현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그분은 ‘참된 빛’으로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며 진리를 밝히 드러내셨지 않습니까!

 

창세기는 창조의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독특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 성경이 하루를 셈하는 방법은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를 하루라고 하지만 성경은 전날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를 하루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해가 기우는 저녁에서부터 동트는 아침으로 올라가는 이 독특한 하루의 계산법은 어둠에서 빛으로, 즉 미지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하루 계산법에는 어둠에서 시작하여 밝음으로 나아간 천지 창조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유다인들은 이 성경의 말씀에 근거를 두고 하루를 저녁부터 시작하는 전통을 세웠습니다. 즉 생명의 기원이요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 그리고 그분의 천지창조를 기억하기 위해서 창세기에서 말하는 하루를 일상에서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름다운 환경을 다 조성하신 후 창조의 마지막 날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삶의 터전인 에덴동산에 그들을 두시고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습니다.(2,8) 에덴은 ‘기쁨’, ‘행복’이라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곳에서 살게 하셨다는 말입니다. 에덴동산을 낙원이라 하는 이유는 거기엔 모든 것이 완벽하여 부족함이 없고, 기쁨이 충만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낙원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는 곳이 아니라 ‘일구고 돌보는 일’, 곧 하느님의 일을 이어받아서 하는 곳이었습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숨결을 나누어 받았기에 모든 생명은 거룩하고 소중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일, 즉 모든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일에 초대 받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우리의 모든 일은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생명의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 이번 호부터 새로 연재되는 임미숙(엘렉타) 수녀님의 ‘성경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임미숙 수녀님은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소속으로 독일 쌍트 게오르겐 예수회 신학대학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성서신학 석사, 독일 프리드리히 빌헬름 본 대학에서 구약성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가톨릭 신학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월간빛, 20201년 1월호, 임미숙 엘렉타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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