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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편도꽃과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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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5-23 조회수2,234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편도꽃과 아몬드

 

 

편도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꽃나무(창세 30,37; 43,11; 탈출 25,33-34 등)입니다. 매 1-2월, 추위가 채 가시기 전에 만개하는 편도꽃의 무리는 그야말로 눈의 향연을 제공합니다. 때마침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은 성지에도 복사꽃 같은 게 핀다며 반가워하는데, 이는 편도나무가 복숭아나무의 친척이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오해입니다. 매년 봄, 편도꽃이 이스라엘 땅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니 성경에 편도나무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편도는 야곱이 이집트 재상 요셉에게 선물로 준비한 가나안 토산물의 하나였고(창세 43,11), 예레미야가 본 환시(예레 1,11-12)와 허무한 인생사에 대해 읊은 코헬렛(12,5)에도 등장합니다. 편도나무는 주님의 성소를 불 밝힌 등잔대의 모양이기도 하였습니다(탈출 25,31-40). 아론의 수위권(首位權)을 두고 지파들 간에 분쟁이 벌어졌을 때는 주님께서 아론의 지팡이에 편도꽃이 피게 하시어 당신께서 아론을 택하셨음을 증명하십니다(민수 17,16-28). 꽃과 함께 열매까지 맺힌 이 지팡이는 십계명과 더불어 계약 궤 안에 들어가게 되지요(히브 9,4).

 

편도 열매와 편도나무 둘 다 히브리어로 ‘샤케드’입니다. 입춘을 알리는 나무임을 암시하듯 그 뜻은 ‘지켜보다’ ‘방심하지 않다’입니다: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 “잘 보았다. 사실 나는 내 말이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예레 1,11-12). 사실 편도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정체를 얼른 인식하기 어렵지만 알고 보면 친숙한 열매입니다. 바로 아몬드입니다. 아몬드는 견과류로 종종 오해 받지만 복숭아처럼 핵과(核果), 곧 씨가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열매입니다. 『공동번역 성서』에는 감복숭아로 나오는데, 『성경』의 편도(扁桃)에서 ‘도’자 역시 ‘복숭아’를 뜻합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특징도 두 나무의 공통점이지요.

 

편도꽃은 흰색과 분홍 두 종류로 피는데요, 분홍 꽃의 열매는 달콤하고 흰 꽃의 열매는 쓴 맛이 납니다. 흰 편도꽃은 성경에서 코앞에 닥친 죽음, 노년의 백발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쓰였습니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코헬 12,5). 또한 편도나무는 임박한 재앙에 대한 신호로도 등장합니다(예레 1,11-12). 이는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는 편도나무처럼 유다 왕국의 재앙이 그만큼 빠르게 닥쳐오리라는 경고입니다. 기원전 587/6년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바빌론의 침공을 예고했던 것이지요.

 

주변의 일상을 비유 대상으로 삼아 군중을 가르치신 예수님(마태 13,1-53 등)께서는 편도나무에 대해 언급하신 바가 없지만, 예수님도 편도꽃이 만발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구약의 이야기들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이른 봄, 성지에 가면 편도꽃의 우아한 아름다움 속에 구약의 여러 이야기들을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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