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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혜의 보편성 카테고리 |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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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3 조회수2,380 추천수0 신고

+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왜 지혜가 바깥에서 외치고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지, 법석대는 거리 모퉁이에서 

소리를 치고 성문 어귀에서 말을 한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혼인잔치의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

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그래서 

그 종들은 거리에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다. 잔칫방

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마태 22,8-10)


그러니까 지혜의 보편성을 말씀하시고 계신 것은 아닐까 합니다. 지혜가 특정한 어떤 

사람들의 것이 아니고 보편적인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곧

주석성경 잠언 입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에게 모세오경이 일반화되

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구약의 당시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하느님의 지혜

는 모세오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모든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의 책인 모세오경 등 구약성경을 통해서 

하느님의 지혜, 하느님의 훈계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면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부어 주시어 당신의 말씀들을 알아듣게 해 주신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느님께서 모든 백성을 초대하셨으나,


"내 훈계를 들으러 돌아오너라. 그러면 너희에게 내 영을 부어 주어 내 말을 알아듣게 

해 주리라. 내가 불렀건만 너희는 들으려 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았기에 나의 모든 충고를 저버리고 나의 훈계를 원하지 않았기에 나도 너희가 불행할 

때 웃고 파멸을 당할 때 비웃으리라."(잠언 1,23-26)

 

그러니까 "지혜는 바깥에서 외치고,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법석대는 거리 모퉁이에서 

소리치고 성문 어귀에서 말을 한다." 이 말씀은 이 지혜의 말씀은 모든 사람을 초대하고 있

다는 의미로 이해해 보실 수 있습니다. 더더욱 이스라엘 백성에서 있어서 '성문 어귀'는 재

판을 하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중요한 재판이 일반적으로 성문 어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이 지혜의 초대는 법적인 효력이 있다는 의미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왕이 자신의 백성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면 그것이 유효하듯이 성문 어귀에서 지

혜가 말을 했다는 것은 왕의 명령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의미로 이해해 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혜의 말씀을 받아들여도 되고 안 받아들여도 되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왕의 명령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혜에 초대된 백성이 지혜의 훈계를 들으러 오지 않았을 때,

"그때 그들이 나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리라. 그들이 나를 찾아도 찾아내지 못라리라.

그들이 지식을 미워하고 주님을 경외하려 하지 않았기에 나의 충고를 원하지 않고 나의

모든 훈계를 업신여겼기에 그들은 제 행실의 열매를 먹고 자기들이 꾸며 낸 것으로 배

부르리라."(잠언 1,28-31) 


아무튼 지혜를 의인화 해서 지혜이신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당신께로 초대하고 계신데 

그 지혜의 초대는 왕의 초대와 같다는 의미로 이해해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성경풀이 FREE] 임금님께서 성문 앞에 나와 앉아 계신다!

 

 

구약을 보면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성문 앞에 앉아 있었다.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고(“저녁때에 그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렀는데, 그때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 창세 19,1), 아브라함은 성문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 사라를 묻을 막펠라 동굴을 사들였다(“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은 성문에 나와 있는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듣는 데에서 아브라함에게 대답하였다”, “성문에 나와 있는 히타이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아브라함의 재산이 되었다” 창세 23,10.18).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반역하기 전에 성문을 어슬렁거리면서, 재판을 위해 임금을 찾아오는 사람을 볼 때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며 마음을 사려 했다(압살롬은 일찍 일어나 성문으로 난 길 옆에 서 있곤 하였다. 그러다가 고발할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에게 재판을 청하러 올 때마다, 압살롬은 그를 불러 “그대는 어느 성읍에서 오시오?” 하고 물었다. 그가 “이 종은 이러저러한 이스라엘 지파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압살롬이 그에게 말하였다. “듣고 보니 그대 말이 다 옳고 정당하오. 그러나 임금 곁에는 그대의 말을 들어 줄 자가 아무도 없소.” 그리고 압살롬은 이런 말도 하였다. “누가 나를 이 나라의 재판관으로 세워만 준다면, 고발하거나 재판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찾아오고, 나는 그들에게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줄 텐데!”(2사무 15,2-4).

 

성문의 역할을 가장 잘 드러낸 구절은 아모스 5,10이다.(“그들은 성문에서 올바로 시비를 가리는 이를 미워하고 바른말 하는 이를 역겨워한다.”) 

 

이렇게 성문에서 시비를 가리고 임금이나 판관이 성문 앞에 앉는 이유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만한 광장이 성문 앞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고대 도성들은 요새처럼 만들어졌고, 성 안은 주민들의 거주지로 조밀하다. 그러나 성문 앞에는 공간이 넓게 트여서, 사람들이 공적으로 재산을 사고팔거나 재판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성문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행위는 부유층만 누리는 특권으로서, 사람들이 붐비는 게이트에 앉아 바깥 뉴스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판하는 임금이나 판관뿐 아니라 주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원로들이 성문 앞에 앉는 여유를 누렸고, 그곳에서 얻은 지식은 그들에게 특별한 권력을 제공해 주었다(“부모가 꾸짖어도 듣지 않는 아들이 있을 경우,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를 붙잡고 그가 사는 성읍의 성문으로 원로들에게 데리고 가서, 그들에게 ‘이 우리 아들은 고집이 셀뿐더러 반항만 하며 우리말을 듣지 않는데다가 방탕아이고 술꾼입니다.’ 하고 말해야 한다”(신명 21,18-21).

 

사소한 부분이지만 임금이나 원로들이 성문 앞에 앉는 행위에도 흥미로운 고대 풍습과 삶의 지혜가 숨어 있어 성경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2013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이스라엘 이야기] 성문(城門)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생활 고민 상담소



이스라엘 텔 단의 성문. 오른편 아래쪽에 구약시대 제1성전기 때의 왕좌가 보인다. 임금이나 원로들이 성문에서 백성들의 정치적 법적 고민을 해결했던 흔적이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의 최북지역 ‘텔 단’에 가면, 제1성전기 때 성문이 남아 있다.

‘텔 단’은 고대 단 지파가 살았던 정착촌으로서, ‘텔’은 인적이 끊겨 폐허가 된 언덕을 뜻한다. 제1성전기는, 솔로몬이 예루살렘에 성전을 봉헌한 후부터(기원전 10세기) 그 성전이 무너진 바빌론 유배까지의(기원전 6세기) 기간을 가리킨다. 구약 성경의 배경이 되는 텔 단은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고대 정착촌을 빠져 나오는 출구에 바로 성문 유적이 있는데, 그 앞에는 성읍 수장이나 판관이 앉았을 왕좌가 보인다.

일견, 성문 앞에 놓인 왕좌는 의아함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구약 시대에는 중요한 사람들이 성문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윗은, 압살롬의 반역이 실패한 후,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기 전에 마하나임 성문 앞에 좌정했다(2사무 19,9). 압살롬은 아버지를 반역하기 전에 예루살렘 성문 앞을 어슬렁거리며, 재판하려고 임금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며 마음을 사려 했다(2사무 15,2-4). 북왕국 임금 아합은 남왕국 임금 여호사팟과 함께 사마리아 성문 어귀에 마련된 왕좌에 앉아 있었다(1열왕 22,10). 보아즈는 베들레헴 성문으로 올라가 원로들을 앉게 한 후(룻 4,1-2), 룻과 혼인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했다. 아모 5,10에도 성문의 역할을 암시해 주는 구절이 나온다(“성문에서 올바로 시비를 가리는 이를 미워하고 바른 말하는 이를 역겨워한다”).

곧, 위 구절들을 통해,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성문에서 정치적인 또는 법적인 일들을 많이 처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임금이나 원로들이 앉아 공적인 사안을 의논하거나 백성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시비를 가려 주는 재판도 했던 것 같다. 백성들은 또 성문 앞에 있는 원로들에게 가서, 법적인 문제를 문의할 수도 있었다. 원로들은 경험이 많고 연륜이 깊어, 현인으로 존경 받았던 이들이다. 그래서 주로 조언자 역할을 맡았으며(1열왕 12,6 참조), 임금 대신 재판 소임도 담당했다(곤란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성읍 원로들에게 재판을 청하도록 규정한 신명 22,13-19을 참조). 실수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도피 성읍으로 피신하려 할 때도, 그 성읍의 성문 어귀에서 원로들에게 자기 사정을 먼저 설명해야 했다(여호 20,3-4). 게다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이들은 성문 앞에 앉는 것을 선호했다.

예루살렘 구 도시로 들어가는 다마스쿠스 성문. 높은벽으로 둘러 쌓인 예루살렘 성에는 시대별로 다양한 성벽 유적이 남아 있다.

 

 

성 내외 사람들로 붐비는 성문에 앉아 있으면, 바깥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확보한 정보는 민생이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다른 장소가 아니라 굳이 성문인 까닭은, 많은 수의 군중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이 성문 앞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대 이스라엘은 유사시에 대비하여 성읍을 요새처럼 만들고 그 안에 거주했다. 불가피하게 성 밖에 사는 사람들은, 전쟁이 터질 때마다 성읍 안으로 도피해야 했다(예레 4,5-6 참조). 사정이 이러하니, 성 안은 주민들의 거주지로 너무 조밀하여, 사람들이 모일 만한 곳은 성문 앞 밖에 없었다.

성문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기에, 그곳에서 공적으로 인증 받는 일도 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성문 앞에서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으로부터 막펠라 동굴을 구입했으며, 그곳에 모인 히타이트 사람들이 그 매매를 인증해 주었다(창세 23,10.18). 신랑이 자기 아내가 처녀가 아니었다고 거짓 주장을 할 때도, 처녀의 가족들은 성문 앞으로 원로들에게 증거물을 가지고 가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신명 23,13-15). 보아즈가 룻을 아내로 확정 받을 때는, “성문에 있던 온 백성과 원로들이” 증인이 되어 주었다(룻 4,11).

이처럼, 성문 앞에서 임금이나 원로들이 재판을 하거나 정치적 · 법적 문제들을 논하고 처리했기에, 텔 단에서 발견된 왕좌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텔 단 성문이 유적으로 남았지만, 당시에는 그 성읍에서 가장 번화한 장소였을 것이다. 이런 성문의 역할은 잠언에도 반영되어, 하느님의 ‘지혜’가 번화가인 ‘성문 어귀’에서 훈계하고 가르친다(잠언 1,20-23 8,2-4). 곧, 잠언은, 하느님의 지혜를 슬기로운 여인으로 의인화하고, 성문에서 백성들을 지도하고 이끄는 원로, 곧 현인의 모습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 김명숙씨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19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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