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입타(판관 10,6-1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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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4-30 | 조회수1,246 | 추천수0 | |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입타(판관기 10장 6절-12장 7절)
판관 10,6-16에는 판관기의 신학적인 도식, 곧 죄-심판-울부짖음-구원의 도식이 다시 한 번 언급됩니다. 당시에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였음을 드러내기 위하여 역사가는 그들이 주변 일곱 민족들의 신들을 섬겼다고 말합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진노하시어 그들이 필리스티아인들과 암몬 자손들의 억압을 받게 하였습니다. 특히 요르단 건너편 길앗 지방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들은 18년 동안 암몬족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암몬족은 요르단을 건너 유다와 벤야민과 에프라임 집안도 공격하였고, 이에 이스라엘이 심한 곤경에 빠졌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하느님께 울부짖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들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그제서야 이스라엘 백성은 이방의 신들을 치워버리고 다시 주님을 섬기면서 하느님께 울부짖었고, 주님께서는 더 이상 이스라엘의 고통을 보고 계실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판관 입타가 등장하게 된 배경입니다.
암몬족이 길앗을 공격하였지만 이스라엘에는 전쟁을 이끌 장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길앗의 수령들은 입타를 찾아갑니다. 그는 힘센 용사였지만 창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쫓겨나서 건달패의 대장이 되어 국경 근처인 톱에 자리를 잡고 살았습니다. 길앗의 수령들이 그에게 지휘관이 되어 줄 것을 청하자 그는 전쟁에서 이기면 그를 길앗의 우두머리로 삼을 것을 조건으로 내세웁니다. 수령들은 이에 동의하였고, 길앗의 미츠파의 성소로 가서 주님 앞에서 이를 엄숙히 다짐합니다.
입타는 어떻게든 길앗의 우두머리가 됨으로써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다 활용합니다. 먼저, 이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암몬 임금에게 사절을 보내어 전쟁의 이유를 묻게 합니다. 암몬 임금이 아르논에서 야뽁까지 이르는 땅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자 그는 다시 사절을 보내어 문제의 땅은 암몬 땅이 아니라 아모리 임금 시혼에게 속한 땅이었으며, 시혼 임금이 이스라엘이 그 땅을 통과하는 것을 반대하자 전쟁으로 빼앗은 땅이고, 지난 300년간 암몬은 한 번도 이 땅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합니다. 암몬 임금은 입타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평화 협상은 결렬되고 맙니다.
이때에 주님의 영이 입타에게 내렸고, 그는 암몬족을 치러 올라갑니다. 입타는 누구보다 이 전쟁에서 이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주님께서 이 전쟁을 주도하고 계심을 믿고 그분께 의탁하는 대신에, 주님께 한 가지 서원을 발합니다. 만약 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해주시면 자신을 맞으러 맨 먼저 나오는 사람을 번제물로 바치겠노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암몬족을 그의 손에 넘겨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스무 개의 성읍을 점령하고 암몬족을 굴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가 승리하고 돌아올 때 그를 먼저 맞이하러 나온 사람은 하나뿐인 딸이었습니다. 서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손북을 치고 춤을 추며 그를 맞이하러 나온 딸을 보고 입타는 옷을 찢으며 울부짖습니다. 서원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있던 입타의 딸은 아버지께 두 달간의 유예기간을 청하여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라가 동정으로 죽는 자신의 신세를 통곡하며 보냈습니다. 두 달 후 딸이 돌아왔을 때 입타는 딸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서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 비극은 섣부른 맹세의 해악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예 맹세하지 마라.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4-37)라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2023년 4월 30일(가해) 부활 제4주일 · 성소 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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