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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이사리아 필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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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7 조회수865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카이사리아 필리피

 

 

가나안의 최북단에 해당하는 ‘단’ 유적지 근처에는 ‘바니야스’라는 곳이 있습니다. ‘6일 전쟁’이라 칭해지는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때,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 고원의 일부입니다. 아직도 제거되지 않은 ‘지뢰 위험’ 표시에 아찔한 느낌이 들지만, 이런 분쟁에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유유히 흐르는 바니야스의 샘물을 보면, 천국과 지옥은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바니야스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기신 곳, 바로 “카이사리아 필리피”이기 때문입니다.

 

바니야스라는 지명은 그리스 신화에 숲과 목초지의 신으로 등장하는 판 Pan에서 유래합니다. 본래 판에게 봉헌된 곳이란 뜻의 ‘파니야스’였지만, ‘ㅍ’ 발음을 못하는 아랍인들이 ‘바니야스’로 바꾼 것입니다. 2,000년 전 유다 임금 헤로데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이곳을 선물 받고 황제를 기리는 의미로 신전을 지었습니다. 헤로데가 죽은 뒤에는 갈릴래아 북부를 다스리게 된 그의 아들 필립보가 이곳 이름을 ‘카이사르에게 바친 도시’ 곧 ‘카이사리아’라 정했는데, 이후 자기 이름을 덧붙여 ‘카이사리아 필리피’라고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지중해안에도 헤로데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이름을 따서 붙인 ‘카이사리아’라는 항구도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사도 8,40; 9,30 등).

 

바니야스의 샘물은 헤르몬 산에서 기원합니다. 그 물이 요르단 강을 통해 갈릴래아 호수로 흘러 들어갑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바니야스까지 버스로는 한 시간 가량 소요되므로, 예수님이 이곳에 오셨을 때는 이틀 이상 걸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시몬 바르요나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합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그의 이름을 “반석” 곧 “베드로”로 바꾸시고, 그에게 교회의 수위권(首位權)을 주셨습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마태 16,18-19).

 

예수님께서는 왜 이 먼 데까지 오셔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으셨을까요? 일단은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 안티파스에게 처형된 사건(마태 14,3-12)에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친척인 요한이 처형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신 예수님이 안티파스의 영토를 떠나 필립보의 땅으로 피신하셨으리라는 추정입니다. 안티파스는 헤로데의 둘째 아들로서 갈릴래아 호수를 비롯한 중부 지방과 페레아 지역(현 요르단 영토)을 다스렸습니다. 한편, 종교적 이유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카이사리아 필리피에는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를 위한 신전과 제우스 신전이 있었고, 두 신전 사이에는 판의 동상이 자리해 있었습니다(사진). 곧 이교 신앙의 중심지였기에, 오히려 예수님 당신이 누구신지를 밝히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선택하셨으리라는 추측입니다.

 

지금 바니야스에는 영화로웠던 옛 신전이 폐허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예부터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바위 산과 그 밑을 흐르는 바니야스의 샘물은 교회의 반석으로 길이 남게 된 베드로의 이야기를 두고두고 들려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8월 27일(가해) 연중 제21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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