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52: 집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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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2-19 | 조회수570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2) 집회서 주님을 경외하고 율법을 따르라
- 집회서는 하느님을 경외하고 율법에 충실하면 축복이 따를 것이라고 가르치는 삶의 지침서이다. 귀도 레니, ‘십계명을 든 모세’, 유화, 1624, 보르게제미술관, 로마.
집회서는 구약 성경 제1경전인 타낙 성경에는 포함되지 않은 책입니다. 가톨릭교회 구약 성경에 포함된 제2경전이지요.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은 집회서를 ‘Σοφια Σιραχ’(소피아 시락스)라고 표기합니다. 우리말로 ‘시라의 지혜’라는 뜻입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이 책을 ‘Ecclesiasticus’(에클레시아스티쿠스)라 이름 붙였습니다. 우리말로 ‘교회(집회, 모임)의 책’이라고 옮길 수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성경」은 라틴어 대중 성경의 표기에 따라 ‘집회서’라 표기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 신앙 윤리의 여러 지침을 수록하고 있는 이 책이 새로 입교한 교우들을 가르치는 데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어서 ‘교회의 책’, 곧 ‘집회서’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한편, 유다 문학에서는 이 책을 ‘벤 시라의 잠언’ ‘벤 시라의 책’이라 불렀습니다. 벤 시라는 ‘시라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아울러 헬라어 수사본들은 이 책을 ‘시라의 아들 예수의 지혜’ 또는 ‘시라의 지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집회서 저자는 ‘예루살렘 출신 엘아자르의 아들, 시라의 아들 예수’(50,27)입니다. 집회서는 구약 성경 정경 가운데 저자 자신이 이름을 밝힌 유일한 책입니다. 시라의 아들 예수는 기원전 200년께 예루살렘에서 살던 율법학자로 학교를 열어 자신의 오랜 명상의 결실과 삶의 체험을 도성의 귀족 청년들에게 전해주고자 고심하던 인물입니다. 그는 지혜의 열렬한 탐구자(51,13-30)로 잦은 해외여행(34,9-12)을 통해 귀중한 교훈들을 깨닫습니다. 그는 여행 중 수차례 고비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주님께서 구해 주십니다.(34,13; 51,1-12) 저자 예수 벤 시라는 현명한 아내(36,26-31)와 엄격하게 교육을 받은 자녀들(30,7-13; 42,5)과 함께 부유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고위 관직에 올라(33,4) 대사제의 감독 아래 공무를 수행했던 인물로 추정됩니다. 그는 성전과 사제직, 경신례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나 사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50,5-21)
집회서는 본디 히브리어로 작성됐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히브리어 수사본들은 두 시대의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하나는 벤 시라의 손자가 이집트에서 헬라어로 번역할 때 대본으로 삼았던 것(성경학자들은 이를 G-Ⅰ이라 표기함)이고, 다른 하나는 서기 50년에서 150년 사이에 바리사이 사상을 바탕으로 개정된 수사본으로서 130년에서 215년 사이에 헬라어 번역본을 수정할 때 사용된 수사본(G-Ⅱ)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우리말 「성경」 집회서는 G-Ⅱ의 내용을 G-Ⅰ내용과 구별하기 위해 ‘기울어진 글씨체’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예수 벤 시라가 기원전 180년께 집회서를 저술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그의 손자가 에우에르게테스 임금(프톨레마이오스 7세, 기원전 170~기원전 116년) 통치 38년 곧 기원전 132년 이후 집회서 히브리어 본문을 헬라어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밝힙니다.(머리글 참조) 이 글을 근거로 성경학자들은 헬라어 번역 작업 시작 때부터 약 50년 앞서서 예수 벤 시라가 집회서를 저술했으리라 추정하는 것입니다.
집회서는 크게 전반부(1,1-23,28)와 후반부(24,1-50,29)로 구분합니다. 이를 세분해 머리글, 지혜와 금언들(1-16,23), 하느님과 창조, 금언들(16,24-23,28), 지혜와 율법, 금언들(24,1-32,13), 하느님 경외와 처세(32,14-42,14), 하느님의 영광(42,15-50,29), 부록(51,1-30)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집회서는 모든 사람이 “율법에 따른 생활을 하여 더욱 진보하게 하려고”(머리글 10) 쓰였습니다. 집회서는 우정, 자선, 자녀 교육, 여자, 의사와 질병, 부와 가난, 종, 연회와 예절, 이스라엘의 역사, 제사와 경신례, 하느님, 율법, 창조, 인간의 자유,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집회서의 중심 사상은 ‘주님께 대한 경외심’입니다. 주님을 경외함은 결국 율법에 대한 충실성으로 드러나며 넓은 의미에서 지혜 개념과 동일시됩니다. 이 경외심 안에서 율법을 연구하고 지혜를 추구하는 일은 유다교 안에서 유일한 과업입니다.
집회서 저자는 유다교의 전통 신앙을 옹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원하시고 유일하신 분이시며(18,1; 36,4; 42,21) 완벽한 창조의 주인(42,21)이시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라고 합니다.(2,11)
집회서는 하느님을 경외하고 율법에 충실하면 건강과 장수, 많은 후손, 안락과 명성이 보상으로 따르고, 율법을 거스르는 이는 단명의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악인은 의인보다 훨씬 더 참혹한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합니다.(10,6-13)
이처럼 집회서는 유다교 전통에 충실한 히브리인들의 삶의 지침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 성경의 야고보서는 집회서와 관련된 병행구들이 나옵니다. 이는 집회서가 초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었음을 입증하며 이러한 평가는 초대 교회에서 구약 성경 정경으로 집회서를 받아들이게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2월 17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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