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서민 사이 장막은 걷어내야죠”
‘천막지붕 교회’ 짓는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
건축비 줄여 지역사회 투자
“지하셋방 서민이 위축감 갖는 웅장한 신전 스타일 벗어나야”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7.06.07 00:57 / 수정 : 2007.06.07 00:57
-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아차산 기슭에 들어서면 녹음 사이로 둥그런 하얀 천막이 보인다. 대형 크레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래로 모습을 드러낸 흰 천막은 오는 10월 입당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두레교회(김진홍 담임목사)의 새 건물 지붕이다. 연면적 약 1만3000㎡(3900평)에 지상 3층, 지하 2층으로 건설 중인 두레교회 신축건물은 기본 뼈대는 철근 콘크리트이지만 지붕은 천막(유리섬유)으로 덮고 있다. 지붕 위엔 뾰족탑도, 십자가도 없다. 그래서 멀리서 보기엔 교회라기 보다는 체육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레교회가 새 건물을 짓기로 한 것은 2년쯤 전부터 신자 수가 점점 불어나 성인 4000명, 청소년·어린이 2000명에 이르자 현재의 상가건물 지하 661㎡(200평) 남짓한 공간으로는 예배 드리기가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3000석짜리 새 교회 건물 지붕을 천막으로 덮는 것이 평범한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 이색적인 ‘천막 지붕’엔 김 목사의 목회철학이 담겨있다. 김 목사는 알려진 대로 1970년대 도시빈민운동의 대부였다. 1971년 청계천에 활빈교회를 개척해 도시빈민선교에 앞장섰고, 철거민들을 이끌고 경기도 화성 남양만에 두레공동체를 건설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교회 건물이 좁아 새 건물 건축 필요성이 제기되자 교인들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튼튼하게, 싸게, 편안하게’였다. 수요에 맞게 교회를 건축하되 가능한 한 절약하자는 의견이었고, 그 결과 ‘천막 교회’ 아이디어가 탄생한 것이다. 건축 실무를 맡고 있는 이 교회 강정웅 장로는 “전체 건축비가 79억원으로 3000석짜리 보통 교회건축비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천막으로 지붕을 덮고 사치하는 요소를 빼 3.3㎡(평)당 건축비를 약 200만원으로 낮춘 결과다.
- 지난 5일 오전 현장을 찾았을 때 김진홍 목사는 공사현장에서 200m쯤 떨어진 야산에서 작업복 차림에 괭이를 들고 콩을 심기 위해 밭의 흙을 고르고 있었다. 이 밭에서 나는 채소와 콩 등은 교회와 대안학교인 두레학교 급식에 쓰인다고 했다. 그는 ‘천막 지붕’ 이야기가 나오자 성경에 등장하는 두 가지 교회 건축 전통을 말했다. “성경에는 다윗과 솔로몬 식의 성전과 모세와 여호수아 방식의 성전 등 2가지가 있습니다. 다윗·솔로몬식은 웅장한 신전 스타일이죠. 반면 모세·여호수아 방식은 40년간 광야를 헤매면서 천막으로 유지해온 정신적 성전입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천편일률적으로 다윗·솔로몬식을 따랐습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바꿨으면 합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초기에 서울이 아닌 지방, 상류가 아닌 중·하층의 서민들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중상층의 교회가 돼버렸다”고 반성했다. 그는 “지하셋방 사는 서민들이 위축감 대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예산을 아껴 나머지는 대안학교 교육 등 지역사회를 위해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회 건물 지하층엔 10~20명씩 앉을 수 있는 교실 15개도 마련됐다. ‘두레학교’의 새 교사를 지을 때까지 이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김 목사는 지난 2005년부터 뉴라이트운동에 앞장섰고 현재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현 정권이 너무 좌파·사회주의적으로 흘러 개혁적 보수세력의 결집을 위해 뉴라이트운동을 시작했다”며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뉴라이트운동은 적절한 분에게 맡기고 저는 다시 목회활동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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