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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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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3 조회수3,924 추천수0

[성서의 인물]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

 

 

어느 날 유다 산골, 나자렛이란 동네에 사는 처녀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나타났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느닷없이 나타난 광경에 처녀 마리아는 몹시 놀라 뒤로 넘어졌다. 마리아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 어쩔 줄을 몰랐다.

 

“무슨 소리이신지….”

 

간신히 몇마디 하는 마리아를 향해 천사는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마리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입었다. 곧 아이를 가질 것이다."

 

"네, 아이를 갖는다고요. 저는 정혼한 사람은 있지만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말이 안됩니다."

 

"말이 안된다고?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늙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지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안되는 것이 없다."

 

"그건 알고 있지만…."

 

"네가 가질 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이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그럼 나는 이만…."

 

"아니, 잠깐만요."

 

그러나 천사는 자신의 말만 남긴 채 사라져버렸다. 마리아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멍하니 무언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천사가 한말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았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되는 것이 없다."

 

마리아는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하느님의 섭리에 의지하는 신앙의 마음을 가졌다.

 

"이 몸은 주님의 몸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동정녀의 몸으로 잉태를 한다는 건 인간적으로 고통과 수난의 삶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부모나 친척, 그리고 정혼한 사람인 요셉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리아는 앞일이 캄캄했다.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제 받아야 되는 오해와 조롱 등을 생각하니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처녀 마리아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하느님께 의지하기로 작정했다. 하느님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날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받는 마리아는 인간적으로 보면 무척 불행한 삶을 산 여인이었다. 마리아는 동정녀의 몸으로 아들 예수를 잉태했고 또 위험을 무릅쓰고 낳았다. 남편 요셉과 함께 어려운 살림을 꾸려 나갔고 애지중지 하던 아들 예수는 나이가 들면서는 가정을 떠나 유랑생활(?)을 했다. 어머니의 입장에선 아들이 가정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면에선 아들 예수는 불효자였다. 더구나 어느날부터인가 아들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도 듣게 되었다. 너무나 충격을 받은 마리아는 친척과 함께 먼 길을 수소문하여 예수를 찾았다. 군중 틈에 있는 아들 예수를 본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아들 예수의 태도는 냉담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인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내 어머니이고 형제들이다."

 

마리아는 이해 못할 아들 예수의 말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마음속에선 섭섭함도 많았지만 아들 예수가 미치지 않은 것을 확인 한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리아의 고통은 아들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처형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서 절정에 달한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자식은 땅에 묻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 묻는 것이라 했을까. 사형수가 되어 처참하게 죽은 아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마리아의 고통을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몸소 겪으셨던 성모 마리아. 그분을 우리는 우리 신앙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고통과 수난 속에서 간직하셨던 믿음 때문이다. 마리아는 인간적인 갈등과 고민을 겪지만 결국 순종의 태도를 가지셨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리고 받아들이기도 힘겹지만, 주님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주님 도와주십시오."

 

아마 이 땅의 모든 어머니도 성모 마리아와 비슷한 삶을 사셨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평화신문, 2001년 1월 14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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