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비정한 여인 헤로디아(마르 6,24-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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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3 | 조회수3,819 | 추천수0 | |
[성서의 인물] 비정한 여인 헤로디아(마르 6,24-29)
헤로디아는 분봉왕 필립보와 결혼하였다가 그와 헤어지고 나중에 시숙 헤로데 안티파스와 결혼하였다. 이 잘못된 결혼에 대해 세례자 요한은 여러 차례 헤로데 왕에게 간곡히 진정하였다.
"동생의 아내를 데리고 사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왕으로서 법도에 맞지 않습니다. 잘못된 점을 즉시 시정하여 주십시오."
헤로데는 왕인 자신에게 겁없이 여러 차례 간하는 세례자 요한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군중들의 여론이 두려워 쉽게 세례자 요한을 무작정 처형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단 세례자 요한을 감옥에 가두었다.
세례자 요한의 말과 행동에 더 발끈한 것은 헤로디아였다.
"제깐 놈이 무언데 임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그 놈은 목이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더냐! 어디 두고 보자. 그 놈의 목을 베어버릴 날이 있을 테니까…."
헤로디아는 서슬 시퍼렇게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음란과 모략과 사탄의 세력만이 꽉 차있는 것 같았다. 헤로디아는 자신의 삶에 충고를 하는 세례자 요한의 바른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무조건 분노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후 헤로디아는 틈만 나면 세례자 요한을 비난하고 없애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드디어 헤로디아에게 기회가 왔다. 마침 헤로데 왕의 생일 축하를 위해 궁 안에서는 연회가 열렸다. 헤로디아의 딸인 살로메가 매혹적인 자태로 춤을 추어 연회의 분위기를 달구었다. 그녀의 현란한 춤에 참석자들은 모두 넋이 빠질 지경이었다. 헤로데 왕은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랐다.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얘야, 너의 춤을 보니 너무 마음이 흡족하구나. 네 소원을 말해 보아라. 무엇이든지 들어주마" 하고 맹세를 했다.
살로메는 잠시 수줍은 웃음을 지으면서 "잠시 후에 말씀 드리겠나이다" 하면서 어머니 헤로디아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제가 무엇을 청할까요?"
헤로디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살로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하여라."
살로메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살로메는 자신의 어머니의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헤로데에게 다가가 머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임금님, 정말 제 소원을 들어주시렵니까?"
"그럼 그렇고 말고. 살로메야, 무엇이든 말해보렴. 내가 네 소원 하나 못들어 주겠니?"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원합니다."
순간 헤로데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침착하게 다시 살로메에게 물었다.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주렴. 세례자 요한의 목을 어떻게?"
"세례자 요한의 목을 쟁반에 담아주십시오."
살로메는 분명한 어조로 헤로데에게 요청했다. 그 말을 듣고 주위에 사람들도 모두 술렁거렸다. 헤로데 왕은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그는 마음으로는 세례자 요한이 의롭고 거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의 체면에 일구이언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약속대로 네 소원을 들어주마."
헤로데는 즉시 경비병 하나를 보내어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 명령했다. 헤로데가 일생일대의 잘못을 행하는 순간이었다. 경비병은 감옥으로 가서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어 그 머리를 쟁반에 담아서 가지고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살로메는 쟁반에 담긴 세례자 요한의 목을 받아서 헤로디아에게 가져갔다. 헤로디아는 세례자 요한의 목을 받아 들고 뛸듯이 기뻐했다.
헤로디아와 같은 사람은 정말 비정하고 무서운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은 전면에 절대 나서지 않으면서 배후에서 권력의 힘과 다른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인물의 전형이다.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비정하고 끔찍한 인물이다. 헤로디아의 행동은 인간의 타락상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비정하고 무서운 헤로디아 모습은 사실 우리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도 자리잡고 있는 요소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쓴 이야기를 들을 때 감정적인 분노보다는 자신을 되돌아 보는 성숙한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파멸로 가지 않는 최선의 길이다.
[평화신문, 2002년 6월 2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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