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문화] 양떼를 돌보는 목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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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1-07 | 조회수4,462 | 추천수0 | |
[성서의 풍속] 양떼를 돌보는 목자
성화에 나와 있는, 양떼를 치고 있는 목자나 어깨에 어린양을 메고 가고 있는 목자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목자라는 칭호를 고대 왕들에게 자주 붙인 것만 보더라도 목자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왕을 지상 대리자로 생각했는데 곧잘 왕을 목자의 이미지로 나타냈다. 오늘날 교회를 대표하는 주교들의 문장 그림도 목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성서에 보면 목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를 목자와 양떼로 비유했다. 그리고 신약에 와서는 목자를 그리스도의 전형으로 제시한다. 복음의 비유에서 보면 그리스도는 길 잃은 양을 찾는 목자(루가 15,4-7 참조)로 제시된다. 예수님 스스로도 자신을 양떼를 돌보는 '착한' 목자라고 소개하셨다(요한 10,11-16 참조).
오늘날 호주 같은 나라의 대평원에서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에 이르는 양떼를 키우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많은 양들을 목자들은 말을 타고 뒤에서 몰이를 한다. 그러면 양들이 놀라서 정신없이 무조건 앞에 가는 양을 따라 움직인다. 성서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목자가 양을 앞에서 인도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은 양들을 대개 한군데서 풀을 뜯게 한다. 그리고 큰 울타리가 있으니 굳이 목자가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성서 시대에는 오늘날의 목자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했다. 목자는 이른 아침에 양떼를 데리고 풀밭으로 나온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풀을 뜯기고 물을 먹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목자는 앞서 가면서 양들을 인도한다.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라간다. 양은 시력이 아주 퇴화해서 바로 앞도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양이 길을 잃어버리면 위험하게 된다. 시력이 약한 양은 목자의 모습을 눈으로 바라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라가는 것이다. 목자가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내거나 지팡이로 땅을 치면서 소리를 내면 그 방향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목자가 곁에서 양들을 위험한 맹수들로부터 지켜주어야 했다. 들에서 양을 치다가 밤이 되면 골짜기로 내려가거나 비나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굴 같은 곳을 찾아서 그곳에서 양과 함께 지내야 했다.
성서 시대의 목자들은 양들을 한번 몰고 나오면 며칠씩 떠돌면서 양을 쳤다. 그들은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낙타 털로 만든 옷을 입었으며 머리를 가렸다. 목자들은 집을 떠날 때 며칠 먹을 수 있는 빵과 무화과, 꿀 그리고 치즈 같은 것을 준비해야 했다. 대개 걸었지만, 때로는 나귀를 타는 경우도 있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도 목자였고, 모세와 다윗도 목자였다. 유다인의 전승 안에서 볼 때 하느님이 모세를 선택하신 것은 모세가 이스라엘이라는 양떼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보살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후에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을 위해 헌신하는 목자로서 부르심을 받게 된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리스도를 부활의 영광 속에 빛나는 착한 목자로 즐겨 제시했다. 또한 전례에서는 양들을 위하여 생명을 내어주시고 죽은이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착한 목자로 찬양하였다. 착한 목자의 아름다움은 양떼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시는 큰 사랑에 있다. 그러한 사랑은 잃어버린 양 한 마리도 즐겨 찾으시는 큰 사랑인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요한 21,15-17 참조) 하느님 백성에 대한 사목은 오늘날도 교회 안에서 지속되고 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겨 주신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잘 돌보되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 기쁜 마음으로 하십시오"(1베드 5,2 참조).
이처럼 목자로서 교회 모습은 그리스도교 전통의 일부를 이룬다. 이 모든 것은 한 분이시며 유일하신 목자와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한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똑같은 마음으로 생활하고 사목을 수행하면서 크나큰 사랑과 진정한 선의를 지녀야 할 것이다. 예수님을 착한 목자라고 하는 것은 양들을 돌보시는 그분의 헌신적 사랑을 통해서 드러났다. 예수님은 양들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신 착한 목자이시다(요한 10,11).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교회 지도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목자와 양떼의 관계에서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착한 목자와 삯꾼의 차이를 분명하게 가르쳐주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오늘날은 더욱더 많은 착한 목자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요한 10,11-16 참조).
[평화신문, 2003년 3월 2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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