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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미사

제목 [전례] 전례학 입문1: 전례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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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10-13 조회수7,935 추천수1

전례란 무엇일까 (전례학입문 1)

 

 

모든 종교는 고유의 경신례(예배)를 가지고 있다. 우리 가톨릭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경신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가치있고 중요한 예배를 전례(Liturgy)라고 부른다. 이 전례를 통해서 가톨릭 교회가 믿고 가르치고 행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전례는 가톨릭 교회의 교리와 수행의 중심이 된다. 이제 그 전례의 의미를 하나 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전례의 의미

 

전례란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느님 백성의 공적인 예배행위라고 하겠다. 전례를 통해서 구원의 여정이 효과적으로 수행되며 이와 같은 여정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와 구원을 향한 교회의 본질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은 전례란 “흩어진 하느님의 백성을 하나로 모으는 깃발과 같은 것”이라고 선언한다(전례헌장2항). 더 나아가서 가톨릭교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예배행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례이며 그래서 전례를 “교회생활의 원천이며 정점(Fons et Culminem)"이라고  선포하기도 하는 것이다(전례헌장10항). 전례는 사적이며 개인적인 신앙행위의 차원을 뛰어넘어 교회가 공동체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올리는 공동체의 기도인 것이다. 이 전례 안에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이 있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 그것이다. 하느님께서 여러 가지 외적인 표지를 통해서 은총으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시는 곳이 전례이다. 그리고 삶이라는 무게로 때로는 지쳐 허덕이고 때로는 삶이라는 이유로 기뻐 환호하는 인간이 자신의 슬픔과 기쁨을 모아 하느님께 찬미로 바치는 인간 공동체의 마당(場)이 또한 전례이다. 그래서 전례는 아주 아름다운 만남이 된다. 

 

전례란 Liturgia라는 라틴어의 한자 번역이다. 이 Liturgia라는 말은 희랍어에서 유래하였다. 희랍어 leiturgia라는 말인데 이는 laos(백성)이라는 말과 ergon(일, 사업)이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그러므로 이는 백성의 일이라는 뜻이 되며 공적인 일, 봉사 등을 의미하게 되는데, 고대 희랍에서 마을이나 부족 등의 공공복리를 위해 행하던 공적인 일들을 바로 leiturgia라고 부른 것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두레”나 “품앗이”처럼 공적으로 행하는 봉사나 일을 지칭하는 것으로써 예를 들면 군복무, 공익을 위한 조세부담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사용되던 말이 로마시대로 들어오면서 교회에서 행하던 예배나 경신례를 지칭하는 말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데 이는 아마 교회의 예배나 기도, 경신례 등이 처음부터 모든 이를 위한 공적인 것이었음을 드러내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그래서 이 Liturgia라는 말이 공적인 일을 상징하는 라틴어 Opus(일), Munus(직분) 등과 함께 전례를 지칭하는 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희랍어에서 유래된 Liturgia라는 말로 표현되던 “전례”는 초대교회 이후에 잠시 사용되다가 다른 여러 가지 라틴어로 대체되었다가 19세기 이후 교회에서 다시 사용하여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공적인 예배를 지칭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중세 초기부터는 라틴어의 다른 말들이 전례를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는데 이는 전례의 성격들을 개별적으로 지시해준다. 중세 이후 Mysteria(신비), Sacramenta(성사), Ministerium(공적인 직무), Officium(성무), Opus(일), Munus(직분), Servitus(봉사), Actio(활동),  Celebratio(집전), Ritus(예절), Ceremonia(예식)라는 말이 Liturgia라는 말 대신에 전례를 지칭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렇게 용어가 바뀌게 된 것은 초대교회에서 사용되던 공용어가 희랍어에서 라틴어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며 또한 전례가 여러 가지 형태로 세분하여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로 불리게 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례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

 

전례가 교회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경신 행위이니 만큼 전례라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된 채 집전되어야 한다. 첫째 전례는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께 올리는 예배행위여야 한다. 어느 누구도 전례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사적인 기도로 봉헌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사를 봉헌할 때 미사 지향은 단순히 사제의 생활을 위한 봉헌물(Offerta)일 뿐이며 미사는 한 명이 봉헌하든 1,000명이 봉헌하든 모두 하나인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가 되는 것이다. 특히 사제나 수도자가 드리는 성무일도(시간전례라고도 불리는 매일의 기도)도 사제 혼자, 또는 수도자 몇몇이서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교회를 대표해서 교회의 이름으로 드리는 교회의 기도가 되며 따라서 성무일도도 전례가 되는 것이다. 

 

둘째,  교회에 의해 승인된 집전자가 집전하여야 한다. 전례가 교회의 공적인 경신례이므로 아무나 집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미사를 아무나 집전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례는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성직자, 평신도 모두가 집전할 수 있는 부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주교님은 사제가 집전할 수 없는 예식, 예를 들어 서품이라든지, 성당축복, 견진 등을 집전할 수 있으며 사제는 미사와 다른 여러 가지 성사들을 집전할 수 있고 부제는 세례성사, 혼인성사, 장례식 등을 집전할 수 있다. 또한 평신도들도 여러 가지 축복예식을 집전할 수 있는데 새 집의 축복, 병자들의 축복, 식탁의 축복 등 많은 축복 예식들이 그것이다.

 

셋째, 올바른 전례를 집전하기 위해서는 교회로부터 인준된 예식서를 사용하여 집전하여야 한다. 모든 전례서는 교황청의 성사 경신성에서 출판된 표준판 예식서(Editio typica)를 각 나라별로 주교회의에서 번역하여 교황청의 승인을 얻은 후에만 사용될 수 있다. 이는 가톨릭교회의 단일성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하겠다. 만약에 서울의 미사와 뉴욕의 미사가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갖는다면 가톨릭교회의 외적인 단일성이 훼손되는 것일 수가 있다. 전례는 하느님의 백성을 하나인 교회로 불러모으는 깃발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 모든 예식서들을 번역하여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재 번역을 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미사경본은 재 번역되어 1996년에 교황청의 승인을 얻어 현재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예식서들도 현재 개정 번역 중이다.

 

 

기타 여러 가지 예배

 

이상의 세 가지 원칙 가운데 한가지라도 위배될 때 전례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교회에는 전례밖에 다른 경신례는 없는가? 그렇지 않다. 교회 안에는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며 비록 전례는 아닐지라도 그런 것들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전례 이외의 이러한 기타 교회의 예배 행위를 신심행사(Pia Exercitia)라고 부른다. 신심행사는 전례의 요건을 채우지 않고 집전되는 교회의 경신례로서 집전자, 공인예식서 등에서 자유로운 예절들을 의미한다. 이에 속하는 것으로는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성시간, 성체강복, 말씀의 전례 등이 있다. 이 신심행사는 각 본당에서 자유롭게 거행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가정에서 얼마든지 이와 같은 신심행사들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으며 또한 각 공동체, 모임에서도 봉헌할 수 있다. 그러나 본당에 소속된 단체인 경우나 또는 특별한 공동체 차원에서 거행하기 위해서는 관할사제의 지도를 받아 거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심행사 중에서 교구장이나 지방교회의 차원에서 거행하는 예식이 있는데 이를 거룩한 행사(Sacra Exercitia)라고 부른다. 거룩한 행사는 신심행사의 하나이지만 굳이 구별을 한다면 주교나 지방교회의 전통에 따라 합법적인 인준을 받은 기도나 예식 등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신심행사나 거룩한 행사는 신자들의 영신적인 유익을 위해서 거행되어야 하며 교회의 최고의 경신례인 전례를 지향하여 거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례의 구성요소

 

전례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주례자의 상징적인 행위, 주례자와 신자들의 간구와 기도, 노래, 성서 말씀의 낭독, 강론, 침묵 등이 그것인데 하나의 하느님께 봉헌되는 교회가 드리는 기도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팔을 벌린다든지 십자표시를 한다든지 하는 집전자의 상징적인 행위, 참여자들이 나눠서 하는 기도, 말씀의 봉독과 노래, 찬가의 합송 등은 전례의 중요 요소라는 것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여기에 침묵까지도 전례의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전례헌장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30항 등).

 

또한 전례의 여러 보조수단으로써 성음악, 성예술 등이 있다. 현대가 특히 시청각에 의지하는 시대인 만큼 이러한 보조 수단들을 적절히 전례 안에 융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보조 수단이 전례 자체를 위축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18-19세기에는 이른바 로코코 미사가 거행되었는데 미사 시간의 3/4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가 차지함으로서 미사가 하나의 음악회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때 음악은 오히려 하느님께 나아가려는 신자들의 종교심을 방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적절한 범위 안에서 성음악과 성예술이 합쳐져서 보다 아름다운 전례가 거행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전례는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가장 지고한 예식(Ceremony)이기 때문이다.

 

[이완희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 인천가톨릭대학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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