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전례의 숲: 제물 봉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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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11-11 | 조회수7,468 | 추천수0 | |
[전례의 숲] 제물 봉헌
감사기도에서 “기념” 뒤에 “봉헌”이 이어집니다.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진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제물 봉헌 기도는 지금 여기에 모인 회중, 곧 교회가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흠 없는 제물, 예수 그리스도, 곧 그분의 몸과 피를 바치는 기도입니다(총지침 79).
“예물 기도”와는 달리 고유하고 직접적인 봉헌 기도로 예수님께서 바치신 제물, 그분 자신, 그분의 몸과 피를 구체적으로 아버지께 바칩니다. 그러므로 봉헌은 미사에서 제사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다만 주님의 몸과 피는, 십자가에 달리신 때의 예수님만이 아니라, 강생하시고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그리고 재림하실 주 예수님을 말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전통적으로 제사는 삶의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한국 문화에서 제사는 “신령이나 죽은 사람 넋에 음식을 바쳐 정성을 나타내는 행위나 그 예식”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제사에는 돌아가신 날(기일)에 지내는 제사, 정한 날 묘지에서 지내는 제사, 한가위와 설 명절에 지내는 차례도 있습니다. 기우제 해신제 동제도 모두 제사에 속합니다. 제사는 음식이 있기에 제사 뒤에는 참석한 사람들은 보통 술과 음식을 함께 나눕니다.
어느 종교에서나 제사는 중요합니다. 제사로 신을 인정하고 찬미합니다. 때로는 죄 때문에 생긴 허물을 기워 갚기 위하여 제사를 바치기도 합니다. 신과 친교를 이루어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평화와 복을 누리려는 통로라 하겠습니다.
구약에서도 제사는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모세 5경에는 제사(또는 제물) 규정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사의 종류와 바치는 방법이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희생 제물”(히브리어로 “제바”)과 “예물”(히브리어로 “민하”)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생 제물은 동물로서 소, 양, 염소, 비둘기 따위 네 발 짐승 새를 사용합니다. “희생 제물”의 히브리어 말뜻은 고기를 먹는 잔치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예물”은 음식으로서 빵이나 밀가루, 때때로 기름, 소금, 포도주를 곁들입니다. 예물은 하느님을 향한 경의나 감사의 표시로 바칩니다.
한편, 여러 상황에서 바치는 희생 제물에는 “불살라 바치는 제물”(=번제물)이 있습니다. 제물을 완전하게 태워서 바치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친다는 경배의 표시입니다.
그리고 “친교의 (희생) 제물”이 있습니다. 이 제물의 피는 제단 둘레에 뿌리고, 기름과 내장은 태워 하느님께 바치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나눠먹으며 하느님과 친교를 표시합니다. 나아가 “속죄 제물”은 말 그대로 죄를 기워 갚기 위해 하느님께 제물로서 “속죄의 날”(욤 키푸르)에 바쳤습니다. 이 제물에서는 죄의 용서를 위한 피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편 하느님과 관계 안에 있는 속죄 제물과 구분하여 사람과 관계에 적용하는 “보상 제물”도 있습니다(L. 셰켈).
예수님의 십자가 제사는 영원한 효과 내며 영속적으로 지속
이러한 예물과 제물들은 모두 예수님의 자기 봉헌과 그러므로 미사 제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모든 제사를 폐지하셨습니다. 달리 말하면, 모든 제사를 단 하나로 종합하고 완전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흠 없는 제물로서 바치신 십자가 제사입니다.
이 제사는 예수님께서 수난 전날, 미리 앞당겨, 마지막 만찬에서 당신 몸과 피를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내어주시며 식사 형태로 제정하셨습니다. 주님께서 계속하라고 하신 명령에(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순종하여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계속하여 빵과 포도주의 식사 예식으로 그 기념제를 거행합니다(전례헌장 47).
이제 교회 안에는 이 제사 하나뿐입니다. 옛 제사들은 여러 번 되풀이하여 바쳤지만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바치신 제사는 “한 번에 다 이루셨습니다.”(히브 7, 27). 모든 지난 일이 어떤 경우에도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듯이, 정확하게 말하면, 예수님이 바친 이 제사는 되풀이할 수 없습니다. 무엇을 보탤 것도 없고, 고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제사는 영원한 효과를 내며 영속적으로 지속됩니다. 주님께서 바치신 똑같은 제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주님의 명에 따라 “기념”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빵과 포도주가 그분의 몸과 피로 변하며 예수님의 제사가 현실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감사기도에서 기념과 봉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기념과 봉헌은 “기념하며 … 봉헌하나이다.” 형태로 한 문장 안에 표현됩니다(1양식과 4양식 우리말 번역은 두세 문장). 이 기도의 구조는 교회가 거행하는 제사, 봉헌하는 제물은 기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미사에서 봉헌하는 제물은 예수 그리스도 밖에 다른 어떤 것도 될 수 없습니다. 감사기도들에서 이 제물을 여러 가지로 표현합니다.
3양식은 “살아 있고 거룩한 제물”이라고 합니다. 1양식은 “아버지께서 베풀어주신 선물 중에서 이 깨끗한 제물, 거룩한 제물, 흠 없는 제물, 영원한 생명의 (거룩한) 빵과 (영구한) 구원의 잔”이라고 말합니다(괄호 안은 우리말에는 생략된 말들). 이 풍요로운 표현으로 “빵과 잔”을 말하여 제사를 식탁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식탁 주제는 2양식에서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이라는 간결한 표현에서도 나타납니다. 4양식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봉헌”한다고 말하며, 이는 “주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사, 세상에 구원을 주는 제사”라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제물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표현들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의 목록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시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신자들의 봉헌은 이웃 사랑 실천함으로써 실현
몇 기도에서는 모든 감사기도의 근본 주제인 감사의 주제가 나타납니다. 3양식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이라는 구절로 봉헌에 스며든 감사의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2양식에서는 “저희가 아버지 앞에 나아와 봉사하게 하시니”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며 감사의 특별한 동기를 밝힙니다. 여기서 “봉사”는 전례 용어로 “하느님께 제사를 바치는 사제 직무”를 가리킵니다. 사제들의 직무 사제직과 신자들이 세례 때 받은 “임금의 사제직”을 다 포함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제와 교우들이 다 함께 제사를 봉헌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1양식에서는 더 명백하게 “저희 봉사자들과 주님의 백성은”이라고 표현합니다.
한편, 봉헌 기도에 “성자의 재림을 기다리며”라는 표현으로 종말론 주제를 말하는 감사기도들도 있습니다. 마지막 시기는 이미 예수님의 파스카 사건으로 시작되었고, 지금 미사는 “그분께서 다시 오실 복된 그날”(화해 1양식)에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성자의 재림”(3양식) 또는 “다시 오실 것”(4양식)을 기다린다는 표현으로 그 날이 올 것을 확신하고, 그날의 영광을 미리 맛본다는 믿음을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봉헌은 “교회의 봉헌”입니다. 예수님의 제사와 교회의 제사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제물도 그것을 바치는 사제도 예수님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제물은 주님의 몸과 피의 성사인 빵과 포도주이고, 사제는 회중을 이룬 교회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신비스러운 한 몸”(머리는 그리스도, 지체는 교회)이므로 예수님의 봉헌에 결합하여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합니다.
그러므로 미사경본은 신자들이 자신을 봉헌하도록 권고합니다. 신자들의 봉헌은 구체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실현됩니다. “교회는 신자들이 흠 없는 제물만 바칠 뿐 아니라 자신도 바치기를 바란다. 그리고 중개자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또한 이웃과 나날이 한층 더 완전히 일치하여, 마침내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 수 있게 하기를 바란다.”(총지침 79).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11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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