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림성탄] 펀펀 전례: 구유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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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6-12-25 | 조회수10,828 | 추천수0 | |
[펀펀(FunFun) 전례] (50) 구유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인간 위해 낮은 곳에 임하신 주님 사랑 · 겸손 드러내
- 구유.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민이: 신부님, 오늘은 구유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고요?
티모: 네, 성탄을 떠올리면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구유가 떠오르죠. 우선 구유의 기원에 대해 얘기해볼까 해요. 구유를 표현한 최초 그림들은 4~5세기 석관들에서 찾을 수 있어요. 구유에 대한 표현 중에서 성모대성당의 구유경당은 강생의 신비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요. 지금과 같은 구유의 원천으로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1223년 이탈리아 중부 작은 마을 그레치오에서 처음으로 행한 구유 경배가 꼽힙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회원들에 의해서 이탈리아뿐 아니라 외국에도 널리 퍼졌다고 해요.
세라: 구유를 만들 때에도 정해진 원칙 같은 것이 있나요?
티모: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등장인물들이 있어요. 우선은 성가정의 일원인 성 요셉, 동정녀 마리아, 아기 예수, 그리고 마굿간임이 드러날 수 있게 소와 말, 나귀와 양, 목자들 등이 있어야 하죠.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고 찬미한 천사들을 배치하기도 하고, 주님 공현대축일에는 동방박사 세 사람을 가져다 놓죠. 아, 동물 중에서 소와 나귀는 꼭 있어야 한답니다.
민이: 다른 동물도 아니고 소와 나귀요?
티모: 이유가 있습니다. 교부들의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제 주인이 놓아 준 구유를 알건만’(이사 1,3)에 대한 해석 때문이지요. 오리게네스는 「루카 복음 강해」에서 “소는 정결한 동물이고 나귀는 부정한 동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기네 주님의 구유를 알지 못했지만, 부정한 이방인들은 알았습니다”고 해석하였고, 아우구스티노 역시 그의 설교집에서 “유다인들에게서 나온 소와 이방인들에게서 나온 나귀가 모두 같은 구유에 나와 말씀의 먹이를 발견했습니다”고 언급했죠. 그래서 유다인을 상징하는 소와 이방인을 상징하는 나귀는 구유 곁에 꼭 있어야 한다고 해요.
세라: 무심코 본 작은 부분들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있네요.
티모: 그렇죠. 가축들의 먹이를 놓는 구유에 누워계신 예수님은 인간을 위해 낮은 곳에 임하신 겸손과 모든 것을 내어주는 봉사를 드러내고, 말씀과 성체를 통해 우리를 양육하시는 당신의 한없는 사랑을 떠올리게 하죠. 이러한 의미를 되새기며 구유를 바라보면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민이: 정말 알면 알수록 성당에서 본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티모: 지난 1년 동안 전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그런 이유랍니다. 관심과 열정 없이 전례에 참여하면 그냥 지루한 예식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뜻을 알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디딤돌이 되지요. 오늘 나눈 대화를 통해 구유를 새롭게 보듯, 그동안 전례에 대해 나눈 대화들이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번 호로 펀펀전례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윤종식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25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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