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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캐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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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25 조회수5,751 추천수0

[성탄 특집] 캐럴 이야기


전쟁터에 울려퍼진 캐럴 한 곡… 평화를 가져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수 성탄 대축일이다. 신자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거리 곳곳에서도 캐럴이 울려 퍼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노래하고 찬미하는 캐럴은 이제 종교와 연령을 떠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전 세계인들의 노래가 됐다.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의미들을 담고 있을까.

 

 

언제부터 불려졌나

 

영어 ‘캐럴’(Carol)은 프랑스에서는 ‘노엘’(Noel), 독일에서는 ‘바이나흐츠리트’(Weihnachtslied, 크리스마스의 리트), 스페인에서는 ‘빌란시코’(Villancico)라고 불린다. 어원은 중세 프랑스의 윤무(輪舞)를 뜻하는 캐롤(Carole)에서 나왔다. 전례사전에서는 캐럴을 ‘전통적인 선율의 단순한 노래로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특징을 설명한다.

 

캐럴이 교회 안에서 불려지기 시작한 것은 5세기 경으로 알려진다. 예수 성탄을 경축한 흔적이 300년대 이후 나타난 것을 참고할 때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노래들은 성탄 축일을 기념한 시기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캐럴이 악보로 옮겨지게 된 것은 14세기 무렵이다. 영국의 경우 이 시기에 캐럴이 종교 가곡의 한 형식으로 발전했는데, 예술음악과 문학 형식으로 발전될 만큼 중요한 음악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에 영국 중서부지역 슈롭셔의 한 성직자는 집집마다 다니며 부르는 25개 성탄곡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1521년에는 첫 캐럴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중세 교회 안에서 캐럴은 신자들의 경배 행위에 더욱 쾌활한 요소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1223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이탈리아 그레치오에서 처음 구유를 공개한 것은 캐럴이 널리 퍼지게 된 계기로 평가된다.  

 

15세기에 들어서는 좀 더 복잡하고 여러 개 음들로 이뤄진 캐럴들이 작곡됐다. 종교개혁 이후 새로운 형태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청교도들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쇠퇴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시 캐럴이 불려지게 된 것은 17세기 후반이다. 인쇄술의 발달로 캐럴이 인쇄 보급되면서는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마르틴 루터는 자국어 성가를 보급시키면서 공동 찬송을 통해 캐럴을 대중화시켰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구절과 그 구절에 대한 반복이라는 캐럴의 구조가 18세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19세기 초 피아노의 보급 확대로 캐럴은 가정 안에서도 많이 불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여파로 다소 주춤했던 캐럴들이 쏟아져 나왔고, 라디오와 TV 등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캐럴의 확산과 함께 교회나 가정에서의 조촐한 성탄 분위기를 사회 전체로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리스도의 탄생 내용과는 무관한 캐럴도 축제 음악처럼 많이 전파됐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1914년 12월 24일 제1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 이프레스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았던 독일·영국 군대는 이날 잠시 전투를 멈추고 캐럴을 함께 불렀다.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이었다. 한 독일 병사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는데, 이를 들은 영국 군사들이 환호했다고 한다. 노래가 끝난 후 독일군 장교가 나와 영국군 하사와 악수를 하며 정전을 맺었다. 이를 두고 ‘크리스마스 정전’이라고 한다. 인류사적으로 가장 감동스런 순간을 장식한 캐럴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캐럴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약 20㎞ 떨어진 작은 마을 오벤도르프의 성니콜라오성당 요셉 모어 신부와 음악 교사 프란츠 그루버에 의해 만들어졌다. 

 

신자들이 조용하게, 예수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원했던 모어 신부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만들었고 그루버는 기타 반주의 이중창과 합창곡으로 작곡했다. 이 성가는 12월 24일 성탄 대축일 전야미사에서 불려졌다. 

 

이후 성니콜라오성당은 1937년 8월 15일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만든 모어 신부와 그루버 두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고요한 밤 성당’(Stille Nacht Kapelle)으로 명명됐다.

 

 

크리스마스에 들을 만한 음반

 

솔렘 생 피에르 수도원의 성탄.

 

 

프랑스 생 피에르 수도원 수도자들이 부른 성탄 밤 미사와 낮 미사곡들이다. 지휘는 장 클레르 신부가 맡았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복구 작업을 원했던 교황 비오 9세(재위 1846~1878) 지침에 따라 그레고리오 성가 부흥 운동을 시작했던 생 피에르 수도원은 현대 그레고리오 성가의 부흥, 성가학 연구, 솔렘 창법의 확립 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수도원은 세계 최대의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를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오로딸. 10000원.

 

크리스마스 멜로디(Chrismas Melody).

 

 

합창과 중창, 독창, 연주곡 등으로 다채롭게 들을 수 있는 성탄 성가 및 캐럴 모음집이다. ‘딩동 종이 울리네’ ‘글로리아 높으신 이의 탄생’ ‘구유에 누워 계시니’ 등 친숙하고 경쾌한 곡뿐만 아니라 ‘천 개의 크리스마스 촛불이 타오르네’처럼 마음을 북돋우는 노래들도 수록됐다. 필하모닉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이 아기 누구일까’ 같은 연주곡들도 담아 레퍼토리의 풍성함을 더했다. 수록된 18곡의 성가들은 모두 한글로 번역돼 노래를 듣는 동안 가사를 보며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다. 바오로딸. 13000원.

 

[가톨릭신문, 2016년 12월 25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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