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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부활찬송 유래와 가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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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17 조회수9,981 추천수0

‘부활찬송’ 유래와 가사의 의미


빛이 승리한 이 밤, 구원의 문 열리네

 

 

부활성야 미사는 전례주년 전체의 절정인 파스카 성삼일 핵심을 이루는 전례다. 이 미사는 부활하신 예수님께 인간이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들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에서도 ‘부활찬송’(Exsultet)은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구원사가 바로 이 밤 절정을 이룬다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부활찬송을 묵상하며 부활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자.

 

 

부활찬송 유래

 

부활성야 미사의 구조에 있어서 큰 특징은 말씀 전례 앞에 시작 예식 대신 빛의 예식을 거행한다는 것이다. 빛은 하느님의 현존과 구원받은 인간의 상태를 상징하고 어둠은 하느님을 외면하는 죄의 상태를 상징한다. 따라서 구원역사의 절정을 기념하는 부활성야 미사는 밤에 거행하며, 파스카 사건으로 일어난 구원을 밤이 낮으로 변한 사건 또는 빛이 어둠을 이긴 사건으로 표현한다. 밤에 거행하는 전례이기에 어둠을 밝히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초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신학적으로도 초는 어둠을 이긴 빛의 상징이므로 촛불의 축복은 빛의 예식에 있어 그 중심에 위치하게 됐다. 이렇게 촛불을 축복하면서 불렀던 노래에서 부활찬송이 유래한다. 부활초를 제단에 마련된 큰 촛대에 놓은 다음 부활찬송을 노래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부활찬송은 그 첫 가사인 ‘Exsultet iam angelica turba caelorum…’(용약하라 하늘나라 천사들 무리…)의 첫 글자를 따서 ‘Exsultet’(엑술뗏)이라 부른다. 정확한 명칭은 ‘Praeconium Paschale’(쁘레꼬니움 빠스깔레)이지만 관습적으로 ‘Exsultet’이라 부른다.

 

부활찬송 악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부활찬송 가사의 의미

 

부활성야 미사에서는 구약에서 일곱, 신약에서 둘(서간과 복음) 모두 아홉 독서가 봉독된다. 부활찬송은 이 아홉 독서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하느님과 세상의 만남, 승리자로서의 하느님, 암흑의 세상에 파견된 빛이신 그리스도를 묘사한다. 부활찬송은 주님의 부활을 알리는 기쁨의 노래인 동시에 부활 예식의 정점이다. 부활찬송의 가사 의미를 통해 부활의 기쁨을 살펴본다.

 

 

‘이집트 탈출’ - ‘홍해 바다 마른 발로 건네주신’

 

홍해를 마른 발로 건네주신 거룩한 밤은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구원의 순간이다. 이 구약의 파스카 밤은 신약의 파스카를 미리 보여준다. 또한, ‘마른 발’이라는 표현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사람이 걷기 힘든 땅이 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마른 발로 건널 수 있게 해주셨고, 그 덕분에 어린아이와 짐을 실은 수레도 무사히 이집트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느님의 자비가 잘 드러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부활성야 미사야말로 파스카 신비에 참여할 수 있는 최고의 전례다. 이날 예전 우리의 모습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 이러한 구원의 은총이 바로 ‘이 밤’ 우리에게 열리게 된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 ‘참된 어린양 오늘 살해되시어’, ‘죽음의 사슬 끊으신 그리스도, 무덤의 승리자로 부활하신’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되살리시고 죽음의 사슬을 끊어주셨다. 우리는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사건, 곧 파스카 신비에 동참하게 됐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빚 문서를 십자가에 못 박아 없애 버리셨다.(콜로 2,14 참조) 십자가의 은총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는 다시 사랑의 관계로 회복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불러오는 죄를 다르게 볼 수 있다. ‘오 복된 탓이여 너로 인해 구세주를 만났으니’라는 표현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죄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만났음을 잘 드러내 준다. 

 

하느님의 은총은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된 밤’이라는 표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간이 죄로 인해 잃어버린 하느님과의 관계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죄로 인해 갈라졌던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물, 하늘과 땅이 참으로 화해를 이루었기에 ‘이 밤은 참으로 복된 밤’인 것이다.

 

 

‘그리스도의 현존’ - ‘주님께 이 초를 성대하게 봉헌하오며, 벌들이 만든 것을 성직자의 손으로, 거룩한 교회가 봉헌하나이다’

 

벌이 만든 것은 ‘밀랍 초’를 뜻한다. 밀랍은 일벌의 배에서 분비되는 노란색 물질로 벌집을 만드는 주된 재료다. 이것을 녹여 여과기로 걸러 불순물을 없앤 다음 가공해 초를 만든다. 부활성야 전례가 시작될 당시 벌은 동정성을 지닌 피조물로 여겨졌다. 

 

특히 교부들은 벌을 그리스도의 정배인 교회와 동정 마리아에 비유했다. 그렇기에 밀랍은 동정 잉태의 결실로 생각했다. 따라서 밀랍은 성령으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잉태되어 탄생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벌은 동정녀 마리아를, 밀랍으로 만들어진 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부활 전례에서 초를 밝히는 것은 세상을 비추는 그리스도의 빛을 의미한다. 또 그리스도의 빛이 죄악의 어둠을 물리치고 구원으로 인도한다는 것을 뜻한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16일, 신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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