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28: 신앙의 신비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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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02-24 | 조회수8,150 | 추천수0 | |
[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28) ‘신앙의 신비여’ 하느님 구원계획은 ‘현재진행형’
- 2016년 2월 13일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성당에서 거행된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찬례를 거행하고 있다. CNS.
사제는 축성된 빵과 포도주 잔을 받들어 교우들에게 보이고 내려놓은 다음 깊은 절을 하고 이어서 장엄하게 외치며 말한다. “신앙의 신비여!” 인간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첫 반응, 곧 놀라움과 경외의 마음을 담은 외침이다. 미사에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특별한 방식으로 현존하시며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를 위한 영원한 생명의 양식과 음료로 내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 그 놀라우신 구원 계획을 가리켜 사제는 오직 믿음을 통해서만 보고 맛보고 깨달을 수 있는 ‘신비’라고 선포하는 것이다.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에서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엎드려 절하나이다. 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기에 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 보고 맛보고 만져 봐도 알 길 없고 다만 들음으로써 믿음 든든해지오니 믿나이다. 천주 성자 말씀하신 모든 것을. 주님의 말씀보다 더 참된 진리 없나이다.”
이어지는 교우들의 환호는 구원의 전체 역사에서 가장 중심적인 사건이 무엇인지를 잘 표현한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나이다.” “십자가와 부활로 저희를 구원하신 주님, 길이 영광 받으소서.” 우리는 미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완성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 곧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고 선포한다. 전례 안에서 구원 역사의 시간적인 세 차원이 함께 만난다. 파스카 사건의 ‘단 한번’은 과거의 기념으로서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다림으로서 전례 행위가 이루어질 ‘때마다’ 지금 여기에 현존한다.
기념(아남네시스)과 봉헌
“성찬례는 그리스도와 파스카를 기념하며, 그분의 몸인 교회의 전례 안에서 그분의 유일한 희생 제사를 현재화하고 성사적으로 봉헌한다. ‘감사 기도’의 각 양식들 안에는 성찬 제정의 말씀 후에 아남네시스 또는 기념이라고 부르는 기도가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62항)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고 명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서 충실히 거행되는 미사 거행 자체가 기념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기념하는 것인가? 앞서 교우들의 환호 안에서 이미 선포된 그리스도의 파스카 사건이 우리가 미사에서 기념하는 중심 주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념’은 우리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거나 상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구원 사건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사건으로 우리 가운데 체험되도록 현재화시키시는 하느님의 힘과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곧 전례 안에서 우리가 기념하도록 이끄시는 분도 하느님이시다. 감사 기도에서 ‘기념’은 ‘봉헌’과 자주 연결되어 나타난다. “아버지, 저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봉헌하나이다. 또한 저희가 아버지 앞에 나아와 봉사하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감사 기도 제2양식) “아버지, 저희를 구원해 주신 성자의 수난과 영광스러운 부활과 승천을 기념하고 성자의 재림을 기다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룩하고 살아 있는 이 제물을 아버지께 봉헌하나이다.”(감사 기도 제3양식) 간결하지만 ‘기념’과 ‘봉헌’이 감사 기도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인 ‘감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미사 가운데 기념하고 봉헌하는 모든 것은 또한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께 마땅히 드려야 할 감사의 동기가 된다. 한편 미사 때의 봉헌에서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도 그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봉헌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 찬미, 고통, 기도, 노동 등 삶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온전한 봉헌과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얻기 때문이다.
전구와 마침 영광송
“이 기도에서 하늘과 땅에 있는 온 교회가 하나 되어 성찬례를 거행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교회와 교회의 모든 구성원을 위하여, 곧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하여 구원에 참여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모든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하여 제사를 봉헌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미사 경본 총지침」, 79항)
전구는 하늘과 땅에 있는 온 교회와 우리의 깊은 일치를 표현한다. 사제는 먼저 하느님 백성을 이끌 책임을 지닌 사람들(교황, 주교)의 이름을 호명함으로써 지역 교회와 온 세상에 퍼져 있는 모든 교회의 일치를 표현하고 하느님의 온 백성을 위해 기도한다. 그 다음에 믿음 안에서 우리보다 앞서 살았고 이제 하느님 곁에 있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바친다. 그리고 영원한 찬양 안에서 동정 마리아와 하늘의 모든 성인과 함께 하나가 되도록 공동체를 위해 기도한다. 감사 기도는 삼위일체 하느님께 바치는 찬양인 마침 영광송으로 끝난다. 이때 사제는 성반과 성작을 받들어 올리면서 이 미사가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거룩한 제사요 완전한 찬양임을 드러낸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9년 2월 24일, 김기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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