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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전례력의 시작, 대림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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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01 조회수8,844 추천수0

전례력의 시작, 대림 시기


회개하고 자선 베풀며 구세주 기다리는 희망의 시기

 

 

가톨릭교회는 1년을 주기로 하느님께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구원 업적을 기념하고 경축한다. 이 한 해의 주기를 ‘전례주년’이라 하고, 전례 축일을 계산해놓은 시간력을 ‘전례력’이라 한다. 전례력은 ‘대림 제1주일’을 새해의 첫날로 시작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한 해를 이룬다. 또 대림ㆍ성탄ㆍ사순ㆍ부활ㆍ연중 시기로 구분하고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성주간과 파스카 성삼일, 주님 부활 대축일이 그 정점에 있다. 주일과 축일 미사 독서와 복음은 3년 주기(가ㆍ나ㆍ다해)로, 연중 평일 미사 독서와 복음은 2년 주기(홀수ㆍ짝수 해)로 짜여 있다. 2020년은 ‘가해’, ‘짝수해’이다.

 

대림 시기는 주님 성탄을 준비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경건하게 기도하는 때이다. 이 시기 미사에는 대림초를 켠다. 매주 촛불을 하나씩 늘려가며 구세주가 가까이 오고 계시는지를 알려준다. 사진은 대림 제1주일을 밝히고 있는 대림초.

 

 

대림 시기

 

대림 시기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전까지 4주간을 말한다. 이 4주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시아를 기다렸던 구약의 4000년을 뜻한다. ‘대림’(待臨)은 말 그대로 주님께서 사람들 가운데 임하시기를 기다리는 때이다. 전례 용어인 라틴말로는 ‘앗벤투스’(Adventus, 찾아옴, 다가옴)라고 한다.

 

대림은 이중 의미가 있다. ‘주님 성탄’을 준비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경건하게 기도하는 때이다. 그래서 교회는 대림 시기를 ‘간절하고 감미로운 희망의 시기’(「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일반 지침」 39항)라고 한다.

 

대림은 또 ‘회개의 시기’다. 구세주 오심을 기다리는 기쁨과 희망의 시기는 분명하지만, 이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내ㆍ외적으로 합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요청되는 것이 바로 ‘회개’이다. 참다운 회개는 단지 지난 잘못을 뉘우치는 행위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삶 전체가 변화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이 시기에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을 찾아 사랑을 실천하며 주님께서 곧 오심을 알려야 한다.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를 맞기 위해 준비하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시다. 그래서 대림 시기에 거행하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은 구원 신비의 한 부분을 구현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성 베네딕도회 보이론수도원 성모 소성당의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모자이크.

 

 

대림 전례

 

교회는 대림의 이중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시기’(대림 제1주일~12월 16일)와 ‘주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12월 17일~24일)로 나뉘어 전례를 거행한다. 이 시기 교회는 사순 시기와 마찬가지로 기도와 단식, 자선을 권장하며 고해(판공)성사를 권고한다.

 

대림 시기의 의미는 각 주일 복음 내용에 잘 드러난다. 2020년은 전례주년으로 ‘가해’여서 대림 시기 복음은 ‘마태오 복음서’ 내용을 선포한다. 대림 제1주일은 세상을 구원하러 오실 구세주를 깨어서 기다리라고 당부한다(24,37-44). 대림 제2주일은 구세주 오심을 준비하면서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3,1-12). 대림 제3주일은 구세주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으니 기뻐하라고 일러준다(11,2-11). 대림 제4주일은 우리가 기다려온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려주며 그 탄생을 예고한다(1,18-24).

 

대림 시기 평일 미사 독서는 구원에 관한 희망이 잘 드러난 이사야와 예레미야 등 여러 예언서가 낭독된다. 또 요한 세례자의 설교 내용도 선포된다. 요한 세례자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구세주가 오셨음을 선포해 주님의 시대를 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림 시기 전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시기에 거행하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이시며 인류의 중재자이신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시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는 구원받은 첫 번째 인간이며 그리스도 오심의 결정적 열매이다. 성모 마리아는 구세주를 맞기 위해 준비하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이시다. 그래서 대림 시기에 거행하는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구원 신비의 한 부분을 구현한 전례 의미를 보여준다.

 

- 장미색 제의는 연중 딱 두 번, 대림 제3주일과 사순 제4주일에 입는다. 장미색 제의를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대림 시기 미사의 특징

 

대림 시기 미사 때에는 ‘대영광송’을 하지 않는다. 회개와 절제, 기다림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순 시기와 달리 대림 시기는 기쁨의 시기이기도 해서 ‘알렐루야’는 계속해서 노래한다. 이는 주님 탄생 때 ‘천사의 노래’(루카 2,14)가 새롭게 울려 퍼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대림 시기 미사 때 사제는 ‘보라색’ 제의를 입는다. 보라색은 회개와 보속을 상징한다. 하지만 기쁨의 시기인 대림 제3주일에는 ‘장미색’ 제의를 입는다. 사제는 1년에 장미색 제의를 딱 2번 입는데 바로 대림 제3주일과 부활이 다가오는 것을 기뻐하는 ‘사순 제4주일’ 때이다.

 

성가도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시기’(대림 제1주일~12월 16일)와 ‘주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12월 17일~24일)로 구분해 노래한다. 종말을 기다리는 시기에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왕과 연결된 역동성 있는 가사 즉 재림, 심판, 영광, 그리스도 등의 단어가 포함된 성가곡을 노래해야 한다. 이 시기는 주님 탄생을 고대하는 때가 아니기에 아기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성가곡을 노래하는 것은 전례 의미에 맞지 않다.

 

후반부 주님 탄생을 기다리는 기쁨의 시기에는 종말론적 주제보다 아기 예수 탄생을 고대하는 내용의 곡을 노래한다. ‘임하소서 임마누엘’(「가톨릭 성가」 93)을 노래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라고 교회 음악가들은 추천한다.

 

대림 시기 미사에는 대림초를 켠다. 대림초는 모두 4개이다. 매주 촛불을 하나씩 늘려가며 구세주가 얼마나 가까이 오고 계시는지를 알려준다. 4개의 초는 구약의 4000년과 대림 4주간뿐 아니라 동서남북 사방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림초는 진보라, 연보라, 분홍, 흰색의 네 개 초를 쓰는데 가장 짙은 색 초부터 불을 밝힌다. 대림 제4주일에는 모든 초에 불을 밝히면서 주님 오심이 임박하였음을 알린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2월 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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