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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정결을 상징하는 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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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4 조회수7,587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정결을 상징하는 식물들

 

 

동백나무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난 추운 계절에 꽃을 피워 사랑을 받는 동백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자생하는 차나뭇과의 상록 활엽 교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쪽의 섬들과 동으로는 울릉도, 서쪽으로는 대청도에서 자라며, 육지에서는 충남 서천군 춘장대와 전북 고창 선운사 이남 지역에서 자란다. 수분을 도와줄 곤충이 없는 계절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향기보다는 강한 색상으로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한다. 동백꽃은 모양이 아름다워 유럽에서는 ‘겨울의 장미’라고도 불리고, 일본에서는 종종 ‘일본 장미’라고도 불린다.

 

동백나무는 라틴어로 카멜리아(Camelia)라고 불리는데, 이 이름은 17세기 후반의 예수회 사제요 식물학자인 게오르그 조셉 카멜(Georg Joseph Kamel)의 이름을 딴 것이다. 카멜 신부는 필리핀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현지의 식물 자원들에서 약성과 약효를 발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헌신했다. 그래서 동백나무를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18세기 스웨덴의 식물분류학자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aeus)는 의약 식물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카멜을 기려서 동백나무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그는 또한 한·중·일 세 나라에 모두 자생하는 종류의 동백나무 속(屬)을 카멜리아 야포니카(Camellia Japonica)라는 명명했는데, 이는 17세기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직원으로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동백나무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한 엥겔베르트 캠퍼(Engelbert Kaempfer)의 공로를 기린 것이다.

 

동백꽃은 일반적으로 사랑, 호감, 존경을 상징한다. 또한 꽃의 색깔에 따라 각기 고유한 상징성을 지닌다. 빨간색 동백꽃은 사랑, 정열, 간절한 소망을 상징하고, 분홍색 동백꽃은 누군가를 그리워함을 상징하며, 흰색 동백꽃은 흠모하는 마음을 상징한다. 그러기에 일찍부터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분홍색 동백꽃을 바쳤고 인기가 많은 사람에게는 흰색 동백꽃을 바치곤 했다.

 

중국에서는 동백꽃이 두 연인 사이의 결합(결혼)을 상징한다. 섬세하게 겹쳐진 꽃잎들은 여성을 나타내고, 그 꽃잎들을 받쳐 주는 꽃받침은 여성을 보호하는 남성을 나타낸다. 특이하게도 동백꽃은 진 뒤에도 꽃잎과 꽃받침이 분리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꽃들이 지면 꽃잎은 땅으로 떨어지고 꽃받침은 줄기에 그대로 남아 있는데 반해, 동백꽃의 꽃잎과 꽃받침은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영원한 사랑과 오래 지속되는 헌신을 가리키게 되었다.

 

한편, 그리스도인들은 동백꽃을 보면서 정결 또는 순수함이라는 상징성을 읽어냈다.

 

 

브램블(가시나무)

 

성경에 ‘가시나무’로 등장하는 식물은 가시로 뒤덮인 덩굴들이 뒤엉켜서 덤불을 이루는 장미과 산딸기 속의 관목들, 이를테면 서양의 블랙베리(blackberry), 라즈베리(raspberry), 듀베리(dewberry), 우리나라의 산딸기, 복분자 같은 식물들을 아울러서 말하는 브램블(Bramble)로 추정된다.

 

유럽이 원산지인 브램블은 이름 자체가 ‘가시로 뒤덮이다’라는 뜻이 있는 브람벨(brambel) 또는 브림빌(brymbyl)에서 유래한다. 인류는 일찍부터 브램블의 열매를 좋은 식품으로 이용했다. 그래서 한때는 브램블을 거룩한 식물로 받아들였고, 나아가 ‘축복받은 가시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브램블이 비록 달콤한 열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거칠고 날카로운 가시로 덮인 덩굴들이 아무데서나 뿌리 내리고 번식하여 덤불을 이루기 때문에 잡초로 여기거나 불길하고 해악을 가져오는 식물로 간주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브램블 열매의 색이 검은 까닭은 악마가 열매에다 침을 뱉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는 10월11일(예전의 성 미카엘 대천사 축일) 자나서 브램블 열매를 따는 것은 불행을 부르는 짓이라고 여겼다. 미카엘 대천사에 의해 브램불 덤불에 떨어진 악마가 자기를 찔러서 상처 나게 만든 가시들에게 저주를 내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에서는 죽은 이들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무덤 주변에 브램블을 심어 덤불을 조성했다고 한다.

 

구약성경 판관기에는 아비멜렉의 학살을 피해 겨우 살아남은 요탐이 들려주는 우화가 실려 있다. 나무들의 왕이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올리브 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와는 달리 가시나무는 왕의 자리를 차지하겠노라고 나섰다는 비유로 왕의 자격이 없는 아비멜렉을 왕으로 삼은 스켐 사람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판관 9,7-21 참조).

 

이처럼 좀처럼 환영받지도 못하는 가시덤불 브램블이지만, 저 옛날 주님의 천사가 모세에게 나타났던 불타오르는 덤불(탈출기 3장 참조) 또한 브램블이었다고 여겨져 왔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가시로 뒤덮인 덤불인 브램블에서 욕망에 물드는 일 없이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불꽃들을 감당하신 동정 성모 마리아의 정결이라는 상징성을 보았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는 유럽의 알프스가 원산지인 국화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은 산의 건조한 암석 지대에서 자라는 고산 식물이다. 학자들은 이 식물이 빙하기에 아시아에서 알프스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우리나라의 고산 지대에서도 이와 비슷한 솜다리, 산솜다리, 한라솜다리 등이 자란다.

 

독일어로 ‘고귀하다’라는 뜻의 에델(edel)과 ‘희다’라는 뜻의 바이스(weiß)가 합쳐진 에델바이스(Edelweiss)는 그야말로 ‘고귀한 흰 빛’이다. 한편, 에델바이스의 학명 레온토포디움(Leontopodium)은 ‘사자의 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를 라틴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에델바이스의 꽃은 한 송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송이가 아니다. 2~12개의 머리모양꽃차례에 50~500송이의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별 모양을 이루며 벨벳 같은 흰색 포엽(苞葉) 5~15개에 둘러싸여 있다. 에델바이스는 생김새가 섬세하고 약해 보이지만, 사실은 바람에 강한 땅속줄기에서부터 수분의 증발과 발산을 막는 잎들이며 자외선을 차단하는 털로 덮인 포엽에 이르기까지 극한의 기상 조건들을 견딜 수 있도록 준비된 식물이다.

 

알프스 지역에서는 ‘알프스의 별’이라고도 불리는 에델바이스는 ‘고귀한 흰 빛’이란 이름의 뜻에 걸맞게 순수함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도 에델바이스를 정결, 순결, 순수함을 상징하는 꽃으로 이해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2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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