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문화사에 따른 전례: 초기 교회(100-313년)의 입문성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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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8-31 | 조회수6,516 | 추천수0 | |
[문화사에 따른 전례] 초기 교회(100-313년)의 입문성사
이 시기에는 성사의 틀이 잡히지 않았고 지역마다 다른 형태로 입문성사(세례, 견진, 성체)를 거행했다. 사도들의 설교 전체를 보면, 그들의 목표는 믿음과 세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도 2,14-36; 8,12-36; 10,34-43; 18,5; 19,4-5 참조), 사도들은 가르칠 때 분명히 세례에 대해 다루었으며, 복음사가들과 마찬가지로, 세례자 요한의 세례와 구별하였다(마태 3,11; 마르 1,8; 루카 3,16; 요한 1.33; 사도 19,1-5 참조). 요한의 세례는 회개의 세례였지만, 그 세례를 받으신 그리스도께서는 그것을 새 생명을 주는 정화의 의식으로 바꾸셨다(요한 3,5-6 참조).
그리스도의 세례를 이어 가는 사도들로 말미암아 초기 교회는 세례와 성찬례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설립하고 확산한다. 여기서는 초기 교회의, 전례에 관한 기록을 통해 2-3세기의 입문성사의 거행 형태를 알아본다.
2-3세기의 입문성사를 전해 주는 문헌들
로마의 철학자인 유스티노 순교자의 「첫째 호교론」(150년 무렵)을 보면, 세례를 받기 전에 먼저 다음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곧 교리 교육과 기도와 단식이다(61,2). 세례 전 교육이 목표로 하는 것은 믿음과 그에 따르는 윤리적 행동이었다. 하지만 유스티노는 세례 예식에 대한 정확한 요소들을 전해 주지는 않는다.
리옹의 이레네오는 「이단 반박」(180년)과 「사도적 가르침의 논증」(Demonstratio praedicationis apostolicae)에서 세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료들을 전해 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교리 교육과 세례 준비의 내용에 대한 윤곽을 그려 볼 수 있다. 반면 「이단 반박」에서는 성령에 대해 말하면서 ‘완전함’(perfectio)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밀라노의 암브로시오는 「성사론」에서 이 말을 바로 견진을 언급할 때 사용한다.
3세기에 들어와 세례 준비 기간에 대한 체계화가 이루어졌다. 예비 신자들은 보통 3년 동안 예비 기간을 보냈는데, 이에 대한 증언은 로마의 히폴리토의 「사도전승」에서 볼 수 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세례론」(De baptismo)에서 예비 신자들에게 “열렬한 기도와 단식과 철야 기도로써” 세례를 준비하도록 권한다. 그는 물로 받는 세례와 안수로써 받는 성령의 증여를 명백히 구별한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얻는 효과로는 소극적인 죄의 용서만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며, 그 반면에 성령은 안수로써 주어진다고 말한다. 치프리아노는 이보다 더 나아가 세례와 견진 때 받는 성령의 증여를 명확히 한다.
히폴리토의 「사도전승」의 전례적 가치
로마의 대립 교황으로 알려진 히폴리토가 220년 무렵에 저술했다고 전하는 「사도전승」은 550년 무렵에 작성된 ‘미사 전례문의 모음집’인 「레오 전례서」(「베로나 성사집」)보다 훨씬 앞선 전례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유스티노 순교자가 이 책보다 70년 더 앞서 저술한 「첫째 호교론」(61,65-67장)은, 세례 예식과 성찬례를 설명하는 매우 이른 시기의 자료로서 가치가 높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간략하여 전례적 내용을 풍부하게 전해 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사도전승」은 3세기 초의 전례 전체를 잘 전해 준다. 100년 무렵 시리아의 수도 안티오키아에서 유래한 가장 오래된 교회 규정인 「디다케」(「열두 사도의 가르침」)에는 전례 지침보다 교육 지침의 비중이 훨씬 더 컸지만 「사도전승」에서는 전례적 관심이 지배적이며 교육은 부수적인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
「사도전승」이 전해 주는 입문성사의 과정
「사도전승」은 시대적으로 앞선 문헌인 「디다케」와 이레네오의 「호교론」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주교 ‧ 사제 · 부제의 서품, 독서자 ‧ 차부제 ‧ 과부 ‧ 동정녀의 서임을 다룬다. 나아가 세례 지원기와 세례, 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식과 아가페, 기도 시간을 알려 준다. 「사도전승」의 역사적 가치는 입문성사의 전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는 최초의 교회 문헌이라는 사실에 있다.
「사도전승」이 전해 주는 입문성사의 진행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예비 신자 기간에 들어가기 전에 후보자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 그들은 윤리 생활, 직업에 대한 것과 같은 세세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예비 신자들은 3년 동안 교리교사에게 교육을 받는데, 평신도인 교리교사가 교리 교육을 행한다.
이러한 기간을 마친 예비 신자들은 세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심사를 받은 뒤 입문성사를 받기 직전의 준비 기간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후대에 “선발된 이”라고 불리며 부활 전야 전날까지 날마다 구마식을 받고, 성금요일에는 단식한다. 성토요일, 주교는 그들을 불러 모아 단식하고 무릎 꿇고 기도하도록 명한 뒤 구마식을 위한 안수를 베푼다. 그 뒤 그들의 얼굴에 입김을 불고 이마와 귀와 코에 십자가를 그은 다음 일어나도록 명한다.
부활 밤 내내 예비 신자들은 기도하고 성경 독서를 듣고 교리 교육을 받으며 밤을 새운다. 새벽녘에 세례수를 축복하고 세례를 베푼 뒤 견진과 성찬례가 이루어진다. 이렇듯 당시에 진행되던 단계별 입문성사를 잘 알려 준다.
세례, 견진, 성체성사가 이어진 입문성사
「사도전승」 21장에서는 예비 신자가 세례 – 도유 – 영성체 곧 세례, 견진, 성체성사를 연이어 받음으로써 신자 공동체에 들어오는 입문성사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세례 예식은 수탉이 우는 시간에 맞추어 세례에 쓰일 물을 축복하는 예절로부터 시작되며, 이때 물은 “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나 위에서부터 흐르는 물”을 사용한다. 흐르는 물은 살아있는 물을 상징하며 새로운 생명을 주는 세례와 잘 연결되는 의미이다.
물 축복 뒤에 감독자(현재의 ‘주교’)는 “감사의 기름”과 “구마의 기름”을 축복하고 사탄과 사탄의 행위를 끊어 버린다는 포기 선언을 한 다음 도유 예식을 한다. 세례는 세 번의 침수로 거행되며, 번번이 신앙고백, 안수, 침수의 순으로 반복된다. 첫 번째 침수에서는 성부에 대해, 두 번째 침수에서는 성자에 대해, 세 번째 침수에서는 성령과 성 교회와 육신 부활에 대한 신앙고백을 하는데, 이 전체 내용은 지금의 사도신경 내용과 거의 같다.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면, 장로(현재의 ‘사제’)는 “거룩한 기름”을 수세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발라 준다. 여기까지가 현재의 세례 예식에 해당한다.
수세자들이 몸을 닦고 옷을 입은 뒤 성당 안으로 들어오면, 감독자는 그들에게 안수한 다음 자기 손에 “거룩한 기름”을 붓고 그 손으로 안수하고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하면서 도유해 주고 이어서 평화의 입맞춤을 한다. 이 부분은 현재의 견진 예식에 속한다.
이렇게 세례와 견진을 받은 사람은 처음으로 성찬 전례에 참여하여 영성체하고 신자들과 평화의 입맞춤을 나눌 자격을 얻게 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표방한 전례 개혁의 원리 가운데 하나인 “원천으로”(Ad fontes)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사도전승」 연구는 본디의 로마교회의 단계별 입문성사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 윤종식 티모테오 - 의정부교구 신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이며,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이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을 전공하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시복 미사 때 전례 실무자로 활동했으며, 저서로 「꼭 알아야 할 새 미사통상문 안내서」가 있다.
[경향잡지, 2020년 8월호, 윤종식 티모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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