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1: 시작하며 - 전례를 이해할수록 신앙은 자란다 | |||
---|---|---|---|---|
이전글 | [전례] 기도하는 교회: 감사송에 이어지는 환호 거룩하시도다는 어떻게 노래하나요? | |||
다음글 | [사순부활] 사순 시기의 음식들: 브레첼, 생선 요리, 맥주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2-27 | 조회수277 | 추천수0 | |
전례-기도하는 교회 (1) 시작하며 - 전례를 이해할수록 신앙은 자란다
본당에서 사목하면서, 전례 교육을 원하는 신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신자들이 원하는 교육의 내용을 물어보면, 대부분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때마다 전례 전공자인 저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더욱이 과연 교회가 거행하는 전례를 다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됩니다. 사실 전례를 명확히 정의하고 ‘전례’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모든 영역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폴 드 클레흐(Paul de Clerck)라는 프랑스 전례학자는 『전례의 이해』라는 책 서문에서 “전례를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전례를 공부할수록 전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지혜와 유익함, 전례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고 고백합니다.
그렇다면 전례를 이해해서 얻게 되는 신앙의 유익은 무엇일까? 그 예를 들면, 미사 거행의 순서와 구조를 이해할 때 신앙의 근본적인 구조를 깨닫게 됩니다. 미사는 시작 예식에 이어서 미사의 중심 중 한 부분인 말씀의 전례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이 그 중심을 이룹니다. 사실 이 첫 부분이 시작되는 방식은 대단히 상징적입니다. 미사 참례자는 모두 듣는이가 되고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미사의 시작인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가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으로 초대하고, 그 만남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미사의 시작 예식과 말씀의 전례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는 신앙의 구조를 드러냅니다. 다시 말해서, 믿음은 우리를 먼저 찾아오시고 말씀을 건네시는 분을 만나고, 그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는 인간에게 주도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있다는 사실을 전례는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통해 우리를 성찬의 식탁 곧 구원으로 초대하고 계시며, 이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이처럼 전례를 이해할 때, 우리가 참례하는 미사성제는 이해할 수 없고 지루하지만 해야 하는 의무나 숙제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르며 동시에 내 안에 머무시는 하느님을 만나는 구원의 신비가 실현되는 장(場)이 됩니다. 물론 전례를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원의 신비를 온전히 깨닫고, 그 기쁨을 충만히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하는 만큼 사랑합니다. 따라서 교회가 거행하는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를 하느님과 더 친밀한 관계로 이끌어 줍니다.
앞으로 우리는 전례와 전례 거행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그 의미를 살펴보며 교회가 전례를 통해 거행하는 구원의 신비를 더 깊이 깨닫고 살아갈 자양분을 얻고자 합니다. 비록 전례가 포함하는 영역이 너무 넓어서 다 살피는 일이 어렵더라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가장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들을 이해하고 우리의 믿음이 자라는 기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2024년 2월 25일(나해) 사순 제2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미원 본당 주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