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부활] 사순 시기의 음식들: 브레첼, 생선 요리, 맥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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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2-27 | 조회수331 | 추천수0 | |
[사순 특집] 사순 시기의 음식들 절제와 보속 정신 깃들인 최소한의 식사, 참회하며 주님 수난 동참
사순 시기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며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깊게 묵상하는 이때에는 주님 수난에 동참하기 위한 고행과 희생, 단식, 금육 등 절제의 삶이 권고된다. 음식의 양과 종류를 제한하는 금육과 단식은 구약 시대에서부터 볼 수 있다. 모세와 엘리야, 다니엘 등이 하느님과 신비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단식했다. 신약 성경을 보면 세례자 요한과 그의 제자들뿐만 아니라 예수님도 단식하셨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사순 기간 동안 낮에는 단식하고 해가 진 다음 한 끼만 먹었다. 연중 금요일에도 좋은 음식이나 고기와 술을 먹지 않았다. 음식의 절제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참여하며 참회와 회개, 마음의 정화로 또 다른 하느님 뜻에 마음을 여는 의미가 스며있다. 자기를 이기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계기로도 가치가 크다. 이런 배경으로 사순 시기에 음식을 절제하는 과정에서 자주 먹게 된 음식들을 몇 가지 꼽을 수 있다.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브레첼 - 기도하는 모습 닮은 빵, 사순 시기 대표하는 음식
매듭 모양의 ‘브레첼’(Brezel)은 프랑스의 바게트(Baquette)와 비교될 만큼 독일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빵이다. 짙은 나뭇가지 빛깔에, 가운데 매듭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개의 ‘팔’과 같은 모양이 특징이다. 영어 ‘프레츨’(Pretzel)로 익숙한 이 빵의 기원과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부분 가톨릭과 연관이 있다.
사순 시기에 육류 외에도 유제품 섭취를 피하는 단식을 했던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밀가루, 소금, 물을 사용해 빵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브레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모양은 기도를 장려할 목적으로 수도자들 혹은 고대 로마인들이 양팔을 교차시켜 손을 반대편 어깨에 대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한 수도자가 어린이들이 팔짱 끼고 기도하는 것에 착안해 빵 반죽을 매듭지어 빵 모양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기도나 성경 구절을 외운 어린이들에게 상으로 브레첼을 주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독일 전역은 물론 특히 남부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는 브레첼이 정확히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111년 독일 제빵사 길드 문장에 브레첼이 등장하기에, 그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1185년 프랑스 알자스 지역 몽생오딜 수녀원의 원장 수녀가 편찬한 백과사전에도 브레첼 삽화가 삽입돼 있다.
브레첼이 지닌 종교적인 상징성이 부각되며 16세기 독일에서는 성금요일에 브레첼 먹는 것이 관습으로 자리 잡았고, 당시 신자들에게 브레첼은 사순 기간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생선 요리 - 연어·피쉬 앤 칩스 등, 육류 대체하는 메뉴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커닝햄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사순 기간에 저녁 식탁에서 자주 연어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연어는 오메가3와 다량의 비타민 A를 함유하고 있어서 붉은 고기를 피하려는 신자들에게 좋은 음식 재료가 됐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렇듯 생선이 사순 시기나 금요일에 고기를 대체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도 비슷한 배경에서 금요일에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에 이 음식이 널리 퍼진 것은 포르투갈에서 이주한 유다인들에 의해서다. 대서양을 접해 올리브오일이 풍부했고 대항해 시대를 개척했던 포르투갈은 유럽 최초로 생선을 튀겨먹는 문화를 만들었다. 포르투갈에 살던 유다인들은 일을 하지 않는 안식일에 율법을 지키기 위해 전날 미리 생선을 튀겨 놓고 안식일에 먹었다. 피쉬 앤 칩스는 영국에 온 유다인들이 생선튀김을 전래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포르투갈의 생선튀김 문화는 선교사들에 의해 일본에도 전해졌다. 일본의 ‘덴푸라’(天ぷら)는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나가사키를 통해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펼쳤던 선교사들은 금육을 지키며 튀긴 생선을 먹었고, 교토·오사카를 거쳐 도쿄에 전파돼 덴푸라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맥주 - 중세 수도원에서 보급, 곡물 영양소 보충 역할
맥주는 기원전 3000년부터 양조된 가장 오래된 알코올음료이지만, 많이 알려진 대로 중세 유럽 수도원을 통해 지금과 같은 다양한 맛의 맥주가 제조됐다. 여기에는 사순 시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액체빵’이라고 불릴 만큼 곡물로 만들어진 맥주에는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기에 사순 기간 내내 단식을 해야 했던 중세 때에는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보충하는 역할을 했다.
수도자들은 방문객들이나 빈민들에게 맥주를 나눴다. 성 파올라 수도원의 경우 자신들이 소비하는 이외의 맥주 모두를 가난한 이들이 마실 수 있도록 했다. 1634년 뮌헨 정부에는 일반 양조업자들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그것은 수사들이 나누는 맥주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뮌헨의 대표적 브루어리 파울라너(Paulaner)는 1634년을 브루어리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 당대는 또 30년 전쟁으로 많은 것이 황폐해지고 오염돼 깨끗한 식수를 마시기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살균 과정을 거친 맥주는 그런 면에서도 도움을 주는 음료였다.
독일의 ‘복 비어’(Bock Bier)는 사순 시기에 태어난 맥주로 알려진다. 북독일 아인베크(Einbeck)에서 처음 양조된 복 비어는 강하고 힘찬 느낌의 풍미와 진한 도수를 가진 맥주였다. 수도자들은 맛있고 영양 많은 맥주를 예수님 수난을 묵상하는 때에 먹어도 좋을까 고민에 빠져 교황에게 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파올라 수도원 맥주는 Holy Father Beer, 성스러운 하느님의 맥주로 불렸다. 그리고 독일어로 구세주를 뜻하는 살바토르(Salvator)라는 이름이 붙었다. 1751년 살바토르는 공식적인 수도원 대표 맥주로 등극했다.
[가톨릭신문, 2024년 2월 25일, 이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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