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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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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10 조회수340 추천수1 반대(0) 신고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마태 28,8-15

 “평안하냐?”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처음으로 맞는 주일 새벽,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그분의 무덤을 찾습니다. 안식일 규정 때문에 시간에 쫓겨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염습을 하러 간 것이었지요. 그런데 주님은 찾지 못하고 천사를 만나 그분께서 부활하셨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천사의 명령에 따라 그 기쁜 소식을 다른 제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급히 달려가던 중, 길 한복판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님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이렇게 인사하십니다.

 

“평안하냐?”

 

세상에....! 평안하냐구요? 주님께서 성전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수난을 겪고 죽음을 당하시는 과정에서 제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과 불안, 깊은 슬픔과 고통을 모르실 리가 없을텐데, 어찌 그리 ‘천하태평’한 질문을 하실 수 있는지, 그 말씀을 듣는 여인들 입장에선 너무나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런 질문을 하신 것은 당신이 너무나 평안하셨기 때문입니다. 가혹한 수난을 겪고 죽음마저 기꺼이 받아들이신 뒤, 그 죽음을 이기고 되살아나신 분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그분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 수 없는게 당연하지요. 죽음을 각오한 이에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더구나 그 죽음을 극복할 힘을 발견한 이는 모든 일에 담대하고 초연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안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그런 참된 평화를 누리기를 바라셨기에 ‘평안하냐’고 물으신 겁니다.

 

그런데 여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엎드려 그분 발을 붙잡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다고 하니 기쁘기는 한데, 난생 처음 겪어보는 그 놀라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할지, 또 다른 제자들에게 그 소식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몰라서 마음이 두렵고 막막하기만 했는데, 주님께서 눈 앞에 나타나시니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서 냉큼 그분을 붙든 겁니다. 그런 그녀들에게 주님은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마음 속에 두려움이 있으면 진리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주님께서는 그녀들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세상의 눈이 아닌 ‘믿음의 눈’으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도록 이끄십니다. 이성과 논리, 관습과 상식을 앞세워 주님의 부활을 ‘거짓’으로 만들려고 드는 악의 세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부활이라는 구원의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온전히 믿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주님의 무덤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은 두려움에 맞서 그것을 극복하기보다 그 두려움에 굴복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자기들 두 눈으로 천사의 발현을 생생하게 목격했으면서도 거짓과 헛소문으로 부활이라는 진실을 덮어버리려고 한 겁니다. 그렇게만 해주면 주님의 무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책임을 면케 해줄 뿐만 아니라, 거액의 돈까지 주겠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들 마음 속에 자리 잡은 두려움이,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일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거짓으로 은폐하려고까지 했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과 후회가 사라졌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죽는 날까지 마음 속에 커다란 연자맷돌이 들어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괴로웠겠지요.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따른다고 해서 나를 둘러싼 세상이 변하는게 아닙니다. 하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내가 변화됩니다. 기득권을 지키고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진실에 눈 감지 않고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을 따르게 됩니다. 가난하고 불안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항상 기쁘게 살게 됩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며 피하려고 하는 죽음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주님과 함께 죽고 그분과 함께 부활하여 변화되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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