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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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4-12 | 조회수51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루카 24,13-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처음 맞이하는 ‘주일’에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향해 가던 두 제자가 길에서 예수님을 만난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사도’라는 특별한 소명을 맡기기 위해 따로 뽑으신 ‘열 두 명’ 안에는 들지 못했어도, 그분께서 선포하신 복음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그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어서 오기를 열렬히 소망하며 그분 뒤를 충실히 따르던 토박이 지지자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복음을 선포하러 다니시기 전에 일흔 두 제자를 뽑으셔서 이스라엘 방방곡곡으로 두 명씩 짝을 지어 파견하실 때, 그들도 그분으로부터 중요한 소명을 받고 파견되기도 했지요.
그랬던 이들임에도 아직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구원자 ‘그리스도는 그 모든 고난을 겪고 난 뒤에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께서 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 당신 나라를 세우실 때, 그분을 충실히 섬기며 따른 대가로 새로운 세상에서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님께서 너무나 무력한 모습으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자, 자기들이 그분께 걸었던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겼고, 그렇게 크게 실망하고 상심한 채로 ‘낙향’하던 중이었지요.
예수님께서 낯선 나그네의 차림을 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십니다. 당신께서 예루살렘에서 직접 겪으신 그 일들을 몰라서 물으신게 아니지요. 세상의 관점으로만 상황을 바라보았기에 예수님께서 무력하게 돌아가신 ‘세상의 일’만 보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하느님의 일’,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이루어가신 ‘구원의 일’은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 ‘믿음의 눈’으로 상황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시기 위해, 그들이 자기들에게, 또 이 세상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차분히 다시 곱씹어보면서 그 일들에 숨은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해 물으신 겁니다. 그러기 위해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십니다. 그냥 ‘글자’로만, 나와는 상관 없는 ‘과거의 일’로만 생각했을 때에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내가 사랑하는 ‘주님의 일’로, 하느님께서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미리 준비하신 ‘섭리’로 생각하자 비로소 마음의 눈이 열려 성경 말씀이 지닌 참된 의미가,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큰 사랑이 보였고, 두 제자는 그 깨달음이 주는 감동과 기쁨으로 마음이 뜨겁게 타오르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바로 그분이 ‘주님’이심을, 자기들이 부활하신 주님과 계속해서 함께했음을 알게 되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물 들어올 때에 노를 저어야’ 할 거 같은데, 제자들이 주님의 진면목을 알아보았으니 이제 그분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다 받아들이고 따를 준비가 되어있을텐데, 바로 그 때 주님께서는 홀연히 그들 앞에서 사라지십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구원의 길은 나 스스로가 걸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어디로 가야할지를 알려주시고, 위로와 격려를 통해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힘과 용기를 주셨으니, 지금부터 구원의 길을 충실히 걷는 것은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몫인 겁니다. 물론 주님은 우리를 절대 혼자 버려두지 않고 함께 걸으십니다. 혹시라도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 두렵고 힘들다면 미사라는 기쁨의 잔치 안에서 그분을 만나야 합니다. 말씀의 전례 안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성찬의 전례 안에서 그분의 몸을 소중히 받아모시면 내 뒤에서 함께 걸어주시는 주님의 모습이 보일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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