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사람들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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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4-17 | 조회수551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
복음의 니코데모는 영성생활의 초보자같습니다. 밤에 예수님을 찾아와 묻는 모습이 흡사 어둠에서 빛을 찾는 구도자처럼 생각됩니다. 니코데모에게 주신 다음 가르침이 우리의 영적 삶에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같다.”
바로 저는 어제 강론과, 함께 한 도반들을 통해 이 진리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참으로 물과 성령으로 태어난, 세례 받은 후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이들이, 성령의 바람, 사랑의 바람 따라 자유롭게 사는 이들이, 바로 바로 위로부터 태어 난, 영에서 태어 난 이들이요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사람들이라는 깨달음입니다.
그렇습니다. 죽어서 가는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위로부터 태어난, 영에서 태어난 이들은 참으로 성령따라 사랑따라 자유롭게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의 나라를 삽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는 고정된 현실이 아니라 하루하루 주님과 함께 노력으로 새롭게 열어가야 하는 역동적 공동체적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혼자의 구원이 아니라 더불어의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강론시 저는 자비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로 사랑의 공동체, 평화, 희망이란 세 요소를 꼽았습니다. 바로 이 사랑의 교회 공동체 내에서, 평화를, 희망을 살아가는 이들이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한두번이 아니라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야 함을 저는 어제 새삼 깊이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 땅에서 실현된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어제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웃으며 제 노트북의 키보드를 교체해줌으로 강론을 쓸 수 있게 해 준 수도공동체의 원장이 바로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사람이었고, 수도공동체는 그대로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어제 사도행전의 모범적 공동체를 롤모델로 삼아 살아가는 모든 사랑의 교회공동체는 말그대로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이들의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입니다.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이들이 함께 봉헌하는 미사전례 은총이 지상에서의 하느님 나라 공동체에 얼마나 결정적 도움을 주는지 깨닫습니다.
어제 수도원을 방문했던 한 부부와 한 분 형제, 한 분 자매, 모두 네분의 도반들, 세상 한 복판에서 성덕聖德의 삶을 살아가는 도반들입니다. 함께 식사후 이 네분들이 평소 존경하며 오랫동안 봉사해왔던 요셉의원의 선우경식 요셉 원장의 묘소를 찾아 기도했습니다. 바로 어제 4월16일은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의 9주기 기일이자 선우경식 요셉원장의 15주기 기일이기도 했습니다.
네분의 도반들과 함께 묘지 참배 후에는 잠시 찻집에서 차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수도공동체에서 한달 이야기한 분량은 될 것입니다. 특기할 사항은 함께 했던 부부는 제가 혼인 주례한 제1호 부부로 오늘 4월17일은 결혼 24주년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부부가 얼마나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지 어제는 정말 성가정의 성인부부라 격찬했습니다. 자매님을 한없이 행복하게 한 형제의 멋진 고백을 잊지 못합니다.
“우리 부부는 매일매일이 결혼 기념일입니다.”
서로 떨어져 살아도 주님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사는 도반들 역시 사랑의 하느님 나라 교회 공동체 성원임을 새롭게 깨달은 날입니다. 결코 고립단절된 혼자가 아니라 주님 안에서 서로 하나로 깊이 연결, 결속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새삼 제가 몸담고 살아가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의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하느님 나라 공동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분들 모두는 물론 “4.16 세월호” 유족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꽃잎진 자리마다” 란 어제 쓴 글입니다.
“꽃졌다하여 슬퍼하지마라 화사한 봄 꽃잎 진 자리마다 꽃보다 더 예쁜 파스카 신록의 열매로 파스카 신록의 잎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구나 부활하는구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구나 꽃잎의 기쁨은 신록의 기쁨으로 이어지는구나”-2023.4.16
물과 성령의 세례로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요셉수도공동체에 연결되어 하느님의 자녀답게, 성인답게 각자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감동하게 됩니다. 말그대로 “모두를 위한 고향집(home for all)” 같은 하느님의 나라 요셉 수도 공동체입니다.
한밤중 강론 쓰는 이 시간에도 어제 함께 했던 네 도반들은 물론이고 무수히 떠오르는 교회 하늘의 “파스카의 별”같은, 교회 꽃밭의 “파스카의 꽃”같은 참 자랑스럽고 사랑스런 형제자매들입니다. 이들 한분한분에게 드리고 싶은 찬사가 있습니다.
“예수님(교회) 그대의 자랑이듯이, 그대 예수님(교회)의 자랑이어라!”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입니다. 하느님 나라 입장은 혼자 입장이 아니라 단체입장입니다. 혼자는 하느님 나라 입장할 수 없습니다.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이들은 하느님의 나라 교회공동체에 속해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통해 형성된 사도행전의 교회공동체가 그 모범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에서 보다시피 이미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베드로와 요한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풀려나자 마자 자기가 속한 든든한 배경의 하느님 나라 교회 공동체를 찾아가 있었던 자초지종의 이야기들을 보고 합니다. 동료들은 그 말을 듣고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여 하느님께 아뢰니 새삼 공동체 기도의 위력을 깨닫게 됩니다. 사도행전의 제자공동체처럼 함께 기도하는 공동체, 지상에서 실현된 하느님 나라 공동체입니다.
“이제 주님! 저들의 위협을 보시고, 주님의 종들이 담대히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그렇게 할 때, 주님께서는 손을 뻗으시어 병자들을 고치시고, 주님의 거룩한 종 예수님의 이름으로 표징과 이적들이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를 마치자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 흔들리면서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니,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는 참으로 역동적인 기도와 성령의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우리 모두 지상에서 정중동靜中動의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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