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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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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25 조회수448 추천수1 반대(0) 신고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마르 16,15-20ㄴ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오늘은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그가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에 대해,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에 대해 구체적이고 잘 정돈된 기록을 남겨준 덕에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의 삶을 보다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고, 오해나 오류에 빠지지 않고 그분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마음에 새길 수 있지요. 예수님과 동고동락했던 열 두 사도는 물론이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깊이 체험한 바오로조차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 대해 세세한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남긴 기록이 루카나 마태오 같은 다른 공관복음서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에 대한 깊은 신학적 성찰을 담고 있는 요한 복음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마르코 복음사가가 남긴 업적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르코가 전하는 예수님의 이미지는 매우 역동적입니다. 그분이 복음을 선포하시는 장소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였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어떤 사람을 만나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누시고 그에게 필요한 기적을 일으키신 다음 빠르게 다음 장소로,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십니다. 이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행동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지요. 한편, 마르코 복음사가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이 간략하게 꼭 필요한 내용만 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때로는 복음의 내용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과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는 장점 역시 지니고 있습니다. 총 80가지에 달하는 이야기들을 전하면서, 그 모든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누구이신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그 이야기를 읽는 이들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깊은 신앙에 도달하도록 이끌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마르코 복음서의 핵심은 8,29에 나오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입니다. 여기서 베드로는,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함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그분의 신원과 사명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르코가 전하는 예수님은 그런 모범적인 신앙 고백을 하는 베드로를 칭찬하시기는 커녕, 오히려 아무에게도 그 ‘진실’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이르십니다. 도대체 그 이유와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운 예수님의 의도는 복음서의 종반부에 이르러 이방인인 백인대장의 입을 통해 밝혀지지요. 그는 예수님께서 그토록 큰 고통과 모욕을 당하시면서도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으시는 모습,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매달리시며 당신 수난과 죽음의 의미를 그분의 뜻 안에서 찾으시는 모습을 보고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많은 놀라운 기적들을 일으키시며 군중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끄실 때는 보이지 않던 그분의 참 모습이, 시련과 고통 같은 삶의 부정적 체험들 안에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구원의 역설’, 마르코는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겁니다.

 

마르코 복음사가가 이런 내용들을 충실히 기록한 의도가 그 결론부인 오늘 복음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해야 할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으니, 마땅히 그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포해야 할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이 부족함과 잘못, 죄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구원받는다’는 기쁜 소식입니다. 그런데 이 복음은 그저 입으로 떠든다고 선포되는게 아닙니다. 먼저 내가 굳게 믿어야 하고, 그 믿는 바를 삶과 행동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게, 삶의 결정적인 순간에 주님의 뜻을 먼저 찾고 따르는 게, 주님을 위해 그리고 그분 뜻을 이루기 위해 삶의 십자가를 기꺼이 끌어안는게 복음선포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주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삶과 행동으로 드러냄으로써 그분의 유일하고 특별한 ‘복음사가’가 되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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