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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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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4-28 조회수467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3주간 금요일] 요한 6,52-59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음식에는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이나,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집밥이나 그 재료나 구성성분 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집밥은 매일같이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편의점 밥은 몇 끼만 연속으로 먹어도 속이 부대끼고 몸에 탈이 나지요. 그렇게 아픈 배를 붙들고 있으면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면서 집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 집니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집밥에는 자녀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지만,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원리에 따라 생산되는 편의점 밥에는 그것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랑과 정성이 있고 없음’이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지요.

 

음식은 그저 영양소가 담겨있는 재료들의 혼합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소통의 장입니다. 어머니는 정성과 노력이 가득 담긴 맛있는 음식으로 자녀들에게 당신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그 음식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거기 담긴 당신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들은 그 음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음으로써 어머니의 사랑을 자기 마음 안에 담게 되지요. 즉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어머니는 당신 자신을 자녀들에게 내어주고, 자녀들은 어머니를 자기 안에 받아들이게 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참된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것도 그와 비슷한 방식을 통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과 피와 동일시하실 정도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마련하신 그 참된 양식을 받아먹음으로써, 우리는 그분을 그리고 그분의 사랑을 내 안에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주님은 우리에게 그저 심리적인 위로나 영적인 위안을 주시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십니다. 우리의 육체와 영혼 모두를 먹여 살리는 참된 양식을, 그것만 먹고 마시면 더 이상 배고프거나 목 마를 일이 없는 생명의 양식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세상이 주는 음식들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기에 기꺼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주시는 겁니다. 그렇기에 먹고 마시는 행위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먹다”(τρωγω)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씹어서 부수다’라는 뜻으로 인간이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동사가 아니라, 초식동물이 질긴 풀을 뜯어서 먹는 모습을 가리키는 단어라고 합니다. 즉 초식동물이 풀을 씹을 때는 입만 살짝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온몸의 근육을 동원하고 움직여 최선을 다해 씹듯이, 내가 받아들인 주님의 말씀을 소화시켜 내 삶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 온 몸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한편,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몸’은 그저 신체 일부가 아니라 그 몸을 지닌 이와 맺는 ‘인간관계’ 곧 ‘사랑의 친교’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피’는 그저 몸 안에 흐르는 액체가 아니라 그 피가 유지하는 ‘생명’ 그 자체를 또한 하나의 ‘핏줄’로 연결된 이들이 이루는 굳은 ‘일치와 유대’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것은 그분과 참된 사랑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분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어, 그분께서 누리시는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함께 누리는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뜻이지요.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모시는 이들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삽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총과 사랑의 ‘힘으로’, 그분께서 나를 위해 흘리신 희생의 피 ‘덕분으로’ 산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이끄심으로 그분과 하나되어’, 주님께서 누리시는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그분과 함께 누리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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