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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의 여정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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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02 조회수738 추천수5 반대(0) 신고

믿음의 여정

-은총, 선택, 배움, 훈련-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는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떻게 사느냐?” 묻는다면 ‘믿음으로 산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어제는 참 아름답고 맑고 깨끗한 5월 성모성월의 첫날이었습니다. 수도원을 찾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입니다. 계속되는 부활시기 파스카의 계절이자 신록의 계절, 신록의 기쁨 가득한 5월입니다. 믿음의 색깔은, 파스카 예수님의 색깔은 아마도 이런 신록의 색깔일 것입니다. “믿음으로”라는 성가 480장도 생각납니다.

 

“믿음으로, 믿음으로, 한 생명 다하리 믿음으로

 믿음으로, 믿음으로 한 넋을 다하리 믿음으로.”

 

노년 품위의 우선 순위도 ‘믿은, 건강, 돈’이 되겠습니다. 삶은 믿음의 여정입니다. 믿음의 은총, 믿음의 선택, 믿음의 배움, 믿음의 훈련입니다. 늘 새로운 시작의 파스카의 믿음입니다. 사실 믿음의 여정에도 우리는 기도처럼, 사랑처럼 늘 초보자임을 깨닫습니다. 제가 오늘 믿음을 강론 주제로 택한 것은 복음의 다음 말마디입니다. 완고한 불신과 무지의 유다인들에 대한 다음 예수님의 말마디입니다.

 

“내가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는 믿지 않는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언한다. 그러나 너희는 믿지 않는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믿음은 주님의 양인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의 잣대가 됨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사순시기 끊임없이 반복된 초대송 후렴이 “오늘 너희는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마라”(시편95,7-8)는 성구였습니다.

 

새삼 믿음의 은총, 믿음의 선택, 믿음의 배움, 믿음의 훈련임을 또 믿음의 개방임을 깨닫습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입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을 보고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이래서 보고 배울 스승이 필요한 것입니다. 믿음은 물론 기도도, 사랑도, 희망도, 겸손도 도대체 보고 배우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사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믿음의 스승들입니다. 제 집무실 게시판에는 2021년 7월 20일 써붙인 말마디가 여전히 붙어있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여기 수도 공동체입니다.”

 

살아가면서 나이들수록 수도공동체에 대한 감사는 더욱 커집니다. 제 부족함을 보완해 주는 수도공동체의 형제들이요 형제들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날마다 끝없이 배웁니다. 겸손도 희망도 사랑도, 섬김도 배우고 특히 믿음을 배웁니다. 말그대로 배움의 학교, 믿음의 학교가 수도공동체입니다.

 

성서의 사람들, 교회의 성인들은 말그대로 믿음의 대가, 믿음의 달인, 믿음의 전사들입니다. 이들의 희망과 기쁨, 사랑과 지혜, 찬미와 감사, 평화와 자유도 그대로 믿음의 표현들입니다. 제가 늘 경탄하는 바는 저보다 13세 연상의 88세 고령의, 그러나 정신은 영원한 청년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입니다. 

 

벌써 41차 해외 사목 방문으로 4.28-30일 까지 항가리를 방문하여 6회나 긴 강론을 하셨고, 귀국중 비행기내에서 인터뷰 내용에 감탄했습니다. 어쩌면 노령의 나이에도 이렇게 기억력이 좋고 말씀도 잘하시고 총명하신가 하고 말입니다. 이또한 믿음의 표현이겠습니다. 교황님의 무엇이 그렇게 항가리 국민들을 열광케하는지 물음에 대한 항가리 주재 교황대사의 답변입니다.

 

“두가지이다. 그의 기쁨, 그의 열정이다. 그들은 기쁨에 넘친 사람을, 늘 미소띤 사람을 본다. 복음의 기쁨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교황님의 이런 면모를 본다. 중부 유럽에 속하는 항가리는 겨울날이 길고 구름낀 회색빛 어둔 날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신자든 아니든 교황님의 빛나는 기쁨과 미소는 이들에게 강력한 힘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교황님의 성실성이다. 교황님은 말씀의 사람이요 참 성실하게 말씀하신다. 이래서 항가리 사람들은 교황님께 깊이 감동하고 그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믿음의 보증 수표같은 교황님입니다. 희망과 사랑처럼 믿음도 보고 배웁니다. 이렇게 보고 배울 분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바로 교황님의 기쁨과 열정, 성실성 모두가 믿음의 표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교황님뿐 아니라 오늘 기념하는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의 믿음도 보고 배웁니다. 이분은 성 바실리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와 더불어 동방의 4대 교부가 되는 분입니다.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는 아리우스 이단과 치열히 대결하면서 교회를 수호한 교회의 사람, 믿음의 전사였습니다. 5차례나 유배기간중 숱한 죽을 고비도 넘겼고 그런 와중에도 귀한 집필 활동도 계속하셨으며 수도승들의 교과서라 일컫는 사막 수도승의 아버지 “성 안토니오의 생애”도 쓴 분입니다. 그러면서 78세까지 장수하셨으니 새삼 인명은 재천임을, 목숨은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오늘 복음 말씀중, 참으로 주님의 양들중의 양들같은 존재가 안토니오 성인이요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우리 또한 이런 착하고 지혜로운 믿음의 양들이 되는 것 또한 은총이요 선택이요 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좋은 양이 될 때 신자들의 착한 목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을 나에게 주신 내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위대하시어, 아무도 그들을 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갈 수 없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믿음의 절정을 보여주는 우리 예수님의 고백입니다. 믿음의 여정중인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믿음의 성인들, 교회의 사람들이 바로 이 복음 말씀의 생생한 증거가 됩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중 예루살렘 교회에서 안티오키아 교회에 파견되는 혜성같은 존재, 바르나바 역시 믿음의 용사임을 봅니다. 다음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그곳에 도착한 바르나바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린 것을 보고 기뻐하며, 모두 굳센 마음으로 주님께 계속 충실하라고 격려하였다. 사실 바르나바는 착한 사람이며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주님께 인도되었다.’

 

정말 호감이 가는 멋지고 아름다운 성령과 믿음의 사람 바르나바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주님께 인도된 것입니다. 이런 믿음의 삶자체가 최고의 복음 선포의 선교임을 깨닫습니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몫이 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분들의 열정과 노력,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보고 배우라 선물로 주어진 성인들이요 교회의 어른들입니다. 사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믿음의 스승들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북돋아 주시고, 끊임없이 보고 배울 열정도 선물하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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