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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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5-10 | 조회수653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깨달음의 여정, 자아초월의 여정-
어제는 참 아름답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예전의 전형적인 5월 날씨같았습니다. 성모성월 5월에 계속되는 신록과 꽃들로 가득한 파스카의 계절입니다. 어제 코이노니아 자매회 월례 모임도 있었고 회원도 늘어 이젠 12명, 열두 사도 숫자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가장 행복한 분들이고 축복 받은 분들입니다. 행복은 선택입니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날, 가장 아름다운 곳 수도원에, 가장 아름다운 분, 파스카의 예수님을 만나고자 수도원 피정을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자매님들입니다.”
강론 시작전 드린 내용입니다. 미사시 입당성가는 244장을 부르도록 부탁했고 퇴장 성가 역시 244장 나머지를 부르니 너무 잘 어울렸습니다. 어제 따라, 나이에 무관하게 꽃처럼 아름다운 자매님들 모습이었습니다.
“성모성월이요 제일 좋은 시절, 사랑하올 어머니 찬미하오리다. 가장 고운 꽃모아 성전 꾸미오며, 기쁜 노래 부르며 나를 드리오리.”
젊음은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열정의 사랑에 있습니다. 어제 '소띠' 동갑의 12세 연상의 열심한 수녀님께 드린 덕담의 메시지도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수녀님은 영원한 현역에, 영혼은 언제나 영원한 청춘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용감하게 사용하는 “사랑하는”이란 말마디입니다. 메시지나 강복할 때 이름앞에 꼭 붙입니다. 이렇게 고백으로 던져 놓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백대로 됩니다. 우선 내 부정적이 어둔 마음이 청소되고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니 주님의 은총입니다. 새삼 사랑 역시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임을 깨닫습니다.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사랑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무지도 허무도 욕망도 아닌 사랑이요 말씀입니다. 사랑이, 말씀이 인간의 본질입니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사랑을 추구하고 진리의 말씀을 공부합니다. “둥근 삶 둥근 마음”도 사랑이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에 대한 답도 사랑입니다. 이 둘은 제가 쓴 두권의 책명이기도 합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 세 번째의 책 제목 역시 기막힙니다.
이제 마지막 책을 낸다면 “하루하루 살았습니다”가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어제 쓴 “꽃처럼, 별처럼” 짧은 시에 만족했습니다.
“꽃처럼 살라고 땅에는 꽃!
별처럼 살라고 하늘에는 별!”
“꽃처럼, 별처럼”이 상징하는 바 사랑입니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에는 사랑입니다. 요즘 한국은 어디나 파스카의 기쁨 가득한 신록에 꽃세상의 천국입니다. 여기 수도원도 온갖 꽃들이 만발합니다. 파스카의 봄철에는 유독 노란꽃들이 많습니다. 노란 색깔의 파스카의 꽃들입니다. 요즘 수도원 곳곳에는 샛노란 애기똥풀꽃들이 한창입니다. 예전 써놨던 시중 ‘민들레꽃’을 ‘애기똥풀꽃’으로 ‘뒤뜰’ 마당은 ‘앞뜰’로 고쳐 쓴 시입니다.
“어! 땅도 하늘이네 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앞뜰 마당 가득 떠오른 샛노란 별무리 애기똥풀꽃들!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 수 있겠네”-2001.4.16.
꽃사랑으로 살라고 땅에는 꽃들이요, 별사랑으로 살라고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입니다. 잠깨어 밤에 ‘자비의 집’ 숙소 문을 나설 때 맨먼저 바라보는 하늘의 별들이요, 그 다음은 하늘 배경의 언제나 거기 그 자리, 35년 동안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늘 함께 해온 사랑, 불암산佛巖山 평생 도반道伴입니다. 사랑밖에 답이, 길이 없습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요, 율법의 완성입니다. 오늘 복음 첫마디로 참 멋집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 농사農事입니다. 주방장이 좋아야 식사食事가 좋고, 사제가 좋아야 성사聖事도 좋습니다. 이 모두에게 우선적 조건이 사랑입니다. 좋은 농부는, 좋은 주방장은, 좋은 사제는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직업중 가장 하느님의 사랑과 인내를 닮은 사람이 생명을 다루는 농부農夫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에 유난히 눈에 띄는 “내 안에 머무르라”는 말마디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더 구체적으로 “내 사랑 안에 머물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구구절절 너무 은혜로워 생략할 수가 없습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참으로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 사랑의 일치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포도나무가 상징하는바 주님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를 떠난 개인은 얼마나 무력한지요! 이래서 ‘1인 가구’를 보완할 수 있는 ‘생활동반자법’의 실현이 절실합니다. 주님 사랑의 공동체에 일치가 깊을수록 생명력 왕성한 삶입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참 고무적입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주님 사랑의 말씀대로 실천하며 살면 하느님의 뜻대로 청하는 것이 될 것이니 모두가 응답이요 만사형통萬事亨通의 삶이 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의 열매 풍성한 삶이 우리 인생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사랑의 열매가 주님의 제자임을 확증하고, 아버지께 영광이 됨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사랑이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복된 본질이 사랑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예루살렘에서의 사도회의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종한 이방인 신자들이 유다인들처럼 할례와 율법을 지켜야 하느냐가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반영합니다. 역시 깨달음의 여정을 통해 점점 너그러워지고, 자비로워지고, 지혜로워지고, 겸손해지고,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의 잣대는 할례나 율법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도회의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는 오늘 복음 말씀입니다.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참으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를 때 일거에 해결되는 문제들입니다. 그러니 주님 사랑 안에 머물수록 순조로운 “깨달음의 여정”에 주님을 닮아 올바른 분별입니다.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깨달음의 여정은 “자기초월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사랑 안에 날로 깊이 머물수록 마음도 넓고 깊어져, 너그럽고, 자비롭고, 지혜롭고, 겸손하고, 자유로운 삶이겠습니다. 날마다 주님과 사랑의 일치를 깊이하는 미사은총이 이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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