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9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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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6-09 | 조회수467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9주간 금요일] 마르 12,35-37
"많은 군중이 예수님의 말씀을 기쁘게 들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하여도 곧이듣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너무나 명백하고 분명한 사실을 이야기 함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이 그것을 믿지 않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는,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방법이기에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객관적 사실을 이야기 함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는 것은 말하는 사실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해서이지요. '저 사람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니 저 사람이 하는 말이 진실일 리 없어'라는 마음으로 듣기에 명백한 진실도 거짓으로 들리는 것입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한 복음 8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군중들이 그런 모습입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들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편함과 불만을 느끼고 있던 군중들이 그분으로부터 핀잔까지 듣게 되자 예수님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부정적으로 바뀝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시니 분노가 폭발합니다. 예수님은 너무나 당연하고 명백한 진실을 알려주시는 것이지만, 가뜩이나 여러가지로 맘에 안드는 사람이 자신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대한 선조 '아브라함'보다 먼저 태어났다고 주장하니 도저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고 하는게 맞겠지요.
그런가하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처음에 들려드린 속담에 반대되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보통 죽을 끓일 때, 혹은 떡이나 빵에 넣는 앙금을 만들때나 쓰이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것은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황당한 소리지만, 내가 아끼고 신뢰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기에 믿는 것입니다. 이성, 논리, 비판 그 모든 것을 넘어서서 온전히 그 사람을 향해 나아가려는 이런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군중이 '메시아가 다윗보다 높다'는 말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기본적으로 예수님께 호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성적, 논리적으로 따져가며 분석하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도 배척하지 않고, '믿음'으로 주님께 다가섰기에 이성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앙의 '신비'까지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이런 모습을 본받아야 합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주님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잘 하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주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들을 자꾸만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하려고 하고,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지요.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주님께서 내 마음에 부어주시는 '신앙의 신비'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여 먼저 주님을 사랑하게 되어야만, 그분이 나에게 하시는 말씀들과 나에게 주시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좋고 싫음을 따지기 전에 일단 먼저 받아들여야만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들의 진가가 보이는 법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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