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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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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30 조회수278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마태 8,1-4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주님께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외아들이기에 “하고자 하시면” 무엇이든지 다 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전능하심’이 때로는 그분께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면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신다면서, 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슬픔과 고통이 가득차도록, 부정과 불의가 만연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런 상황과 관련된 기도는 매 주일 미사 보편지향 기도 시간마다 수도 없이 바치는거 같은데도 말이지요.

 

그렇다면 주님의 그런 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주님께서 우리가 당신께 청하는 것들을 이뤄주시지 않는 이유는, 그저 우리 소원을 이뤄주는 ‘도깨비 방망이’나 ‘부적’처럼 여겨지는걸 바라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바라시는건 우리와 인격적인 친교를 맺고 마음으로 소통하며 사랑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당신께서 우리를 위해 하시는 그 일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난 놀라운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중요한 ‘표징’으로 남아 우리를 참된 구원으로 인도해줄 수 있기에, 당신께 청하는 우리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 치중하기 전에 먼저 우리를 생각하시는 주님의 ‘마음’과 ‘지향’을 헤아리기를 바라시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는 그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막무가내로 자기 병이 낫게 해달라고 주님께 청하지 않고, 먼저 주님께서 자신에게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자기 청원을 ‘들어주시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가볍게 바친 기도가 아닙니다. 주님께 기대하고 바라는 바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클까봐 그분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병이 낫고 안 낫고는 순전히 주님께 달린 일임을 알고 있었기에,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는 그 병이 낫는게 좋은 일인거 같지만 주님께서는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으며, 그분께서 마련해주신 것을 받아들이고 따르는게 자신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조바심 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내어맡기는 참된 순명의 기도를 바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그런 그의 믿음과 순명에 사랑으로 응답하십니다. 그래서 그냥 단순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하시지 않고,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냥 ‘깨끗하게 되어라’로 끝났다면 그저 그가 그렇게 되기를 바랐기에 병이 나을 뿐 주님과 그 사이는 ‘별 거 아닌’ 관계로 끝나버립니다. 그러나 거기에 ‘내가 하고자 하니’라는 말씀이 곁들여지면 주님께서 그를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신다는, 그래서 그가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신다는 그분의 마음과 의지가 반영됩니다. 즉 그와 주님 사이에 믿음과 순명, 사랑과 자비를 바탕으로 한 특별한 ‘관계’가 맺어져, 그 관계를 통해 육체적 질병의 치유는 물론이고, 구원과 영원한 생명까지 선물로 받게 되는 겁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간절히 바치는 기도를 절대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과 그분께서 베풀어주시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내가 청하는 때와 그분께서 이뤄주시는 때가 다를 뿐입니다. 내가 청하지 않아도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 알고 계시는 그분께서 가장 적당한 때에 가장 좋은 것을 채워주십니다. 그렇게 하고자 하시는 주님의 사랑과 의지를 신뢰하는 이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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