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 세례자 요한 출생 예고[1/2](루카 1,5-25) / 공관복음[4]

예수님은 참으로 기이한 방법으로 죄 많은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당신께서 만드신 단 하나뿐인 이 지구에 인간으로 오셨다. 그것도 갓난아기 예수로. 손수 작명까지 하시면서 그렇게 오셨다. 그 세부 내용과 일정 계획은 알려진 것만 해도 놀랄 만큼이나 치밀했다. 아기로 오되, 큰 틀은 인간의 욕정이 아닌 현대과학으로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신비로운 방법을 택하셨다. 성령, 말 그 자체로도 어렵지만 그 어떤 상상력으로도 풀리지 않는 기묘한 임신 방법을 도입하셨다.

여기에 몇 사람의 헌신적인 협조가 필요했다. 주인공 성자라는 위상의 예수님을 필두로 수많은 조연을 출연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최소한의 알려진 조연은 가브리엘 천사, 나자렛 처녀 마리아, 다윗 가문의 요셉, 사제 즈카르야, 아론의 자손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나이 많은 엘리사벳, 그리고 노부부 사이에 태어난 세례자 요한이다. 물론 헤로데, 몇 명의 동방 박사, 들판에서 양치는 목자 등등 ‘그 외의 다수’에 속하는 역할이나 뚜렷한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이들이 모르긴 몰라도 성경 속의 인물만큼이나 많았으리라. 이렇게 아기 예수의 지상 출현인 하느님의 인간 구원 사업은 그만큼 복잡했다.

메시아의 지상 순례는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로부터 시작된다. 유다 땅 헤로데 시대에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 즈카르야라는 이가 있었다. 그의 아내는 엘리사벳이었다. 이들은 주님 계명에 따라 흠 없이 살았지만, 아이가 없었다. 엘리사벳이 아이를 못낳는 여자였고, 게다가 둘 다 아브라함과 사라만큼이나 나이가 많았다(창세 18,11). 이렇게 엘리사벳은 이사악, 야곱과 에사우, 요셉과 벤야민, 삼손, 사무엘 등 기적적으로 태어난 이들의 어머니처럼, 엘리사벳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다는 것이다. 본디 이 ‘불임’은 늘 수치로(창세 30,23; 이사 4,1), 때로는 천벌로까지 여겨졌다(레위 20,20-21; 2사무 6,23). 아브라함과 사라도 그러하였다(창세 18,11).

즈카르야가 자기 조 차례가 되어 하느님 앞에서 사제 직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다. 사제단의 각 조는 돌아가면서 일주일씩 성전에서 직무를 수행하였다. 사제직의 관례에 따라 제비를 뽑았는데, 그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기로 결정되었다. 아침저녁으로 제물을 바칠 때에 분향 제단에서는 향도 피워 올렸다. 사제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소임을 맡는 것을 매우 드문 영광으로 여겼다. 그가 분향하는 동안에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다.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 제단 오른쪽에 섰다.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사실 즈카르야가 여태 무엇을 청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계속]

[참조] : 이어서 ‘5. 세례자 요한 출생 예고[2/2]’가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