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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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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7 조회수504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마태 9,9-13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상종하기를 꺼렸던 세리와 죄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시어 그들과 식사를 함께 하십니다.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셨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그들의 부족한 모습보다 가난으로 인한 궁핍함이 먼저 보였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보다 먹고 살기 위한 고민과 갈등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후회와 탄식이 먼저 보였습니다. 그들이 받아야 할 벌보다 몸과 마음에 죄라는 깊은 병이 들어 시급히 치료가 필요한 그들의 상처가 먼저 보였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손길이 너무나도 필요한, 당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그들과 함께 하십니다.

 

그런 모습이 바리사이들에게는 고깝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며 그분과 친해져야, 그분의 놀라운 능력을 이용하여 자기들이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을텐데, 예수님께서 죄인들, 힘 없고 가난한 약자들과 함께 하시느라 자기들과는 함께 해주시지 않으니 단단히 뿔이 난 겁니다. 그래서 그분의 제자들을 붙들고 이렇게 따지지요. “당신네 스승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그들이 예수님께 별 관심 없었다면 그분께서 누구와 함께 하시든 상관할 바가 아닙니다. 그게 아니었기에, 자기들도 예수님과 함께 하고 싶었기에 언니가 동생만 예뻐하는 엄마에게 심술을 부리듯 예수님께 투정을 부리는 겁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그정도로 컸다면 그분께서 죄인들과 함께 하시는 그 자리에 동석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바리사이들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누군가와 음식을 함께 먹으면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되기 때문입니다. 즉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그들의 ‘죄’에 물들어 자기들까지 죄인이 될 것을 염려한 것이지요. 그게 너무 싫어서, 그렇게 되면 구원받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되어서 자기 자신을 죄인들과, 죄를 지을 수 있는 상황과 철저하게 ‘분리’하려고 한 겁니다. 그런 그들의 사고방식이 한편으로는 이해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죄인이 아닌 사람이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 같은 죄인이 된다고는 생각하면서, 왜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할까요? 하느님의 뜻을 철저하게 받아들이고 따름으로써 내 안에 쌓인 ‘의로움’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그들의 ‘죄악’보다 더 크다면, 오히려 그들이 내가 지닌 의로움에 물들어 함께 거룩해질 수는 없을까요? 예수님은 우리가 당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철저하게 실천하여 그분을 닮은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그분의 사랑과 자비에 깊이 물든 사람이 되라고 하시는데 말이지요.

 

우리 주님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를 바라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죄 없는 양을 나 대신 희생시켜 내 죄를 씻듯이, 다른 사람의 허물과 단점을 들춰내어 지적하고 비난하며 단죄함으로써 그보다 내가 나은 사람임을 확인하려 들지 말라고, 그를 나의 ‘희생양’으로 삼아 나의 올바름과 의로움을 과시하려 들지 말라고 하십니다. 대신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으로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포용함으로써 그들이 우리 사랑에 물들게 하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하라고 우리를 먼저 부르시고, 먼저 용서하시며, 먼저 사랑하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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