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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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7-13 | 조회수613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마태 10,7-15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내 것이 아닙니다. 한 때는 이 아름다운 집이 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꾸민 아름다운 우리 집, 잡지에 여러 번 나왔다고 내심 자랑스러워했던 우리 집, 행여나 때가 탈까 혹여나 먼지탈까, 닦고 쓸고 했던 우리 집
하지만 남편이 아프고 보니 제가 있을 곳은 궁궐 같은 우리 집이 아니라 몇 평 안되는 비좁은 병실이더군요. 피곤한 내 한 몸 누일 곳은 푹신하고 안락한 라텍스 침대가 아니라 딱딱하고 좁은 보조 침상이더군요. 내꺼라 믿었던, 남편과 공동 명의로 되어있던 자랑스럽던 내 집도 알고 보니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참으로 고운 접시들, 참으로 예쁜 그릇들 그 수많은 예쁜 그릇들도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더이다. 황량한 병실에서 제가 쓸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컵 뿐이더군요.
열 다섯 자 붙박이장에 가득한 수많은 옷들과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명품백들… 이 또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편한 추리닝과 레깅스면 족하더이다. 귀히 여기던 명품백도 여기서는 필요 없더이다.
어디 그 뿐인가요? 이십년 넘게 나의 자랑이었던 사람 나를 빛나게 해주고 완전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던 내 남편도 제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이젠 압니다. 내 분신이자 내 생명과도 같은 사랑하는 아이들조차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아이들 또한 그분이 제게 잠시 맡기셨던 선물임을 제가 잊고 있었네요.
그와 같은 이유로, 근심과 염려 또한 제 것이 아닙니다. 적혈구 수치가 모자라 수혈을 해도, 의사가 아무리 무서운 말을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의 것입니다. 근심과 염려는 다 주님께 맡기고, 내 남편 또한 주님께 맡기고 저는 이 밤 또 기다립니다……]
이 글은 어떤 자매님이 쓴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남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그날부터 남편의 보호자로서 함께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써내려간 ‘투병일지’이지요. 남편이 건강했을 때에는,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여유로웠을 때에는 미쳐 깨닫지 못했었는데, 남편을 간병하느라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지금에서보니 자신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려왔던 그 모든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자신이 살아가면서 누리는 모든 것은 ‘자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허락하셔야만 잠시 빌려쓰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그러자 작은 것 하나에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심지어 자기 자신 마저도 하느님께 내어맡기며 그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마음도 갖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복음선포의 사명을 맡기고 파견하시면서 어떤 준비물도 지니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이 내 능력과 노력을 통해 얻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그러니 당연히 그 소유권이 나에게 있는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집착하게 되고, 더 많이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그럴수록 하느님께 소홀해져서 그분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부족한 자신의 능력에만 의지하며 살기에 하루 하루가 불완전하고 힘든 고난의 연속이 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내가 지닌 것들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가진 것들을 다 내려놓고 자유로워지라고 하십니다. 어떤 것을 당연한 내 소유물로 여기는 마음에서 벗어나,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야만 삶의 참된 기쁨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진정한 평화가 내 안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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