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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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7-14 | 조회수35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마태 10,16-23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나무를 심을 때 비옥한 땅에 심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척박한 땅에 심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히 비옥한 땅에 심는 것이 좋은 나무를 만드는 지름길처럼 보입니다. 비옥한 땅에 심어진 나무들은 다른 나무보다 훨씬 더 크고 빨리 자랍니다. 반면 척박한 땅에 심어진 나무들은 다른 나무에 비해 크기도 작고 성장도 매우 더딥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옥한 땅에서 자란 나무들이 ‘좋은 나무’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태풍이 몰아치면 상황이 바뀝니다. 비옥한 땅에서 자란 나무들은 아주 적은 양의 흙에서도 필요한 양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기에 굳이 뿌리를 크게 발달시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면 뿌리째 뽑혀 나가고 맙니다. 그러나 척박한 땅에서 자란 나무들은 필요한 양분을 얻기 위해 뿌리를 굉장히 넓고 깊게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거센 비바람도 거뜬히 견디어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는 질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기 위해서 일부러 척박한 땅에 포도나무를 심는다고 합니다. 토질이 좋은 땅에 심은 포도나무는 쉽게 자라서 크고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기 때문에 병충해에 잘 걸리고, 기온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연재해에도 약하여 결국 포도의 전체적인 품질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척박한 땅에 심은 포도나무는 자라는 속도가 더디고 열매도 크지 않지만,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기에 포도 맛이 더 깊고, 재배 환경의 변화에 따른 품질의 변화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겪게 될 박해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고통과 시련을 겪게 하시는 것은 그들을 괴롭히시려는 것이 아닙니다.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낸 나무가 질 좋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 불우한 환경에서도 고통과 시련을 잘 극복해 냄으로써 참된 신앙의 결실을 맺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고통과 시련을 겪는 우리를 방치하지 않으십니다.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에게도 햇빛을 비춰주시고 비를 내려주시는 것처럼, 성령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 안에 계시면서 어떻게 하면 고통과 시련을 잘 이겨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시고 이겨낼 힘 또한 주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고 편한 삶을 찾습니다. 휴식과 여가가 충분히 보장되는 공무원, 교원 등의 임용고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립니다. 그러나 일이 고되고 돈 벌기도 어려운 소위 ‘3D업종’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형편입니다. 휴식과 여가, 쉽고 편한 돈벌이가 우리의 전반적인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윤택함’이 지나치면 오히려 우리 자신의 삶을 망쳐놓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가는 땅이 비옥하고 척박한 정도가 아닙니다. 내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 희망, 사랑 안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쉽고 편한 삶만 쫓다가 인생의 거센 바람 앞에서 뿌리째 뽑혀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조금은 힘들고 괴롭더라도 나 자신을 단련함으로써, 인생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하느님 안에서 완성된 모습으로 살아가시겠습니까? 선택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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