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_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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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3-07-16 | 조회수753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아버지 농부農夫처럼 희망, 사랑, 믿음으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은 이들은 누구일까요? 저는 주저없이 농부와 어머니라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닮고 싶다면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농부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예수님이 그 모범입니다.
오늘은 제28회 농민주일입니다. 농민주일하면 생각나는 복음이 있습니다. 요한복음 15장 1절,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라는 예수님 말씀입니다. 말씀대로라면 예수님은 농부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농사를 통해 농부 아버지를 닮았을 예수님입니다.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의 담화문도, 또 가톨릭 신문의 두면에 할애된 농민주일 특집도 시의적절했습니다. 담화문중 일부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생명체의 대량학살을 가져오는 산업농업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농업을 선택함으로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가톨릭 농민회원들은 현재의 어려움에도 ‘땅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아 생태사도로서 굳건히 살아가길 희망한다.”
생태사도의 소명을 지닌 농민들이요 특집도 생태사도로서 활약중인 농민들에 대한 기사도 참 풍부했습니다. “땅 살리고 지구 살리는 유기농”이란 제하에 “잡초도 벌레도 함께 사는 게 결국 우리를 살리는 길이죠.”라는 기사도 좋았고, “여름보다 뜨거운 사람들-농민”. “뙤약볕 아래 구슬땀 흘려가면서도 창조질서 지켜내는 생태사도들”이라는 기사도 풍부했습니다.
어찌 농민만 생태사도입니까?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한 세상, 모두가 지구를 살리고 땅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는 생태사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식사시 이런 생태사도들인 농민들의 노고를 까맣게 지낸 일들이 참 부끄럽게 생각되었습니다. 특히 성사를 주관하는 사제들, 주방에서 식사를 챙겨주는 사람들은 농사에 힘쓰는 농부들의 노고를 늘 기억하여 그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을 살리는 참 중대한 일 셋이 성사聖事, 식사食事, 농사農事임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농민주일을 맞이한 오늘 복음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농부 아버지를 닮은 예수님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에 대한 답을 줍니다. 씨뿌리는 사람처럼, 예수님처럼 살면 됩니다.
첫째, 희망입니다. 참으로 삶의 농부들인 우리들은 희망의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기에 결코 절망하지 않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절망은 없습니다. 하느님 사전에 없는 낱말이 절망입니다. 절망이 진짜 대죄입니다. 그러니 믿는 이들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기에 묵묵히 씨뿌리는 일의 과정에 충실할 뿐입니다. 보십시오. 길에도 돌밭에도 가시덤불속에도 떨어져 실패인 듯 하지만 결국은 성공인생으로 드러나니 바로 다음 대목입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배, 어떤 것은 예순배, 어떤 것은 서른배가 되었다. 귀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느님께 희망을 두기에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요 고진감래의 인생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기에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한결같이 끊임없이 씨뿌리는 삶에 충실할 뿐입니다. 실제 농사의 80%는 하느님이 하신다는 우리 농부 수사님들의 고백입니다. 저역시 하느님께 희망을 두기에 날마다 이렇게 씨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강론을 써서 나눕니다. 희망의 사도 바오로가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이 허무의 지배 아래 든 것은 자의가 아니라 그렇게 하신 분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역경속에서도 살게하는 힘이 희망의 힘, 하느님의 힘입니다. 희망 역시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자 습관화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사랑입니다. 땅 농사는 일년이지만, 삶의 농사는 평생입니다. 평생 삶의 농사꾼인 우리들입니다. 내 삶의 자리가 꽃자리입니다. 자리 탓할 것 없습니다. 참된 삶의 농부는 피하지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길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온갖 정성과 사랑을 다하는 삶입니다.
문제는 나한테 답은 하느님께 있습니다. 아무리 씨앗이 좋아도 토양이 나쁘면,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밭같은 마음밭이라면 결코 그 좋은 말씀의 씨앗도 자라나지 못합니다. 그러니 ‘아모르 파티Amor fati’, 내 운명의, 책임의 십자가를, 내 삶의 자리를 뜨겁게 항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한결같이 사랑의 수행에 항구할 때 길도, 돌밭과 가시덤불의 박토도 옥토로 변할 것입니다. 악한 자의 유혹도, 환난이나 박해도,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도 너끈히 이겨냅니다. 이런 사랑의 수행에 항구할 때 서서히 좋은 땅의 마음밭으로 변모되어 마침내 풍요로운 수확입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배, 어떤 사람은 예순배, 어떤 사람은 서른배를 낸다.”
낙심하지 마십시오. 한결같이 진실, 성실, 절실, 충실한 삶이었다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만이 보이는 곳에서 사랑의 열매들 잘 익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말씀을 사랑하십시오. 주님 사랑은 말씀 사랑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말씀입니다. 사랑의 수행은 바로 말씀 수행입니다. 참으로 말씀을 경청하고 동화하면서 내 마음밭도 서서히 옥토로 변할 것입니다. 이런 사랑 역시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자 습관화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믿음입니다.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불신불립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합니다. 믿음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입니다. 백절불굴의 믿음, 칠전팔기의 믿음입니다. 주님의 전사는 바로 믿음의 전사입니다. 한결같은 믿음을 위해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가 필수전제조건입니다.
참으로 씨뿌리는 사람은 믿음의 사람,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궁극의 사랑을 두기에 이런 항구한 기다림의 믿음, 인내의 믿음입니다. 희망과 사랑, 믿음이 하나로 결속되어 있음을 봅니다. 무엇보다 희망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께 대한 철석같은 믿음입니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바로 이런 말씀에 대한 철석같은 믿음이요 사랑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빛이며 생명이요 영입니다. 이런 말씀사랑과 말씀공부와 말씀실천이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여 옥토의 마음밭이 되게하고 날로 주님을 닮은 참나의 성인이 되게 합니다. 공부중의 평생공부가 하느님 공부, 말씀 공부요 말씀 공부중에 날로 깊어지는 믿음입니다.
수도원 하늘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이 심은지 14년이 되는데 하늘 높이 자란 아름드리 믿음의 나무들이 되었습니다. 믿음의 내적성장도 이렇습니다. 한결같은 사랑의 말씀 수행과 함께 가는 믿음의 여정입니다. 이런 믿음 역시 은총이자 선택이요, 훈련이자 습관화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아버지 농부처럼 희망으로, 사랑으로,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이요, 영혼 건강, 정신 건강에 이보다 더 좋은 영약靈藥도 없습니다. 참으로 희망으로, 사랑으로,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망은 없습니다. 늘 새 하늘과 새 땅의 새날입니다. 무엇보다 말씀공부에 말씀실천에 항구한 평생학인이 되어 사시기 바랍니다. 말씀의 씨뿌리기 복음 선포적 삶에 항구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날로 우리 마음밭을 비옥하게 해주시고 풍성한 말씀의 열매들을 수확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영원히 살리라.”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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