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깡깡이 아지매 / 따뜻한 하루[1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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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3-07-16 | 조회수484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철로 만든 배는 2년여에 한 번씩 밑창과 측면에 붙은 조개껍데기나 녹을 떨어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배의 부식과 녹이 쓰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어 수명을 상당히 늘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부착물과 녹 떼는 아낙들이 있는데, 이를 '깡깡이 아지매'로 일컫고 있습니다. 이 고된 잡역은 배가고파 일거리를 찾고자 시골에서 무작정 도시로 나와 벌이를 하거나, 6·25전쟁 통에 과부가 된 젊은 여성들이 주로 맡게 되어 이렇게 불러지게 되었답니다. ‘부산 가서 깡깡이 질이나 해 보세’란 노랫말로 보아, 영도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산업화 초기 조선정책 장려로 부산 영도에서 신조선과 수리 조선 철강선박이 늘어났고, 먹고살고 자녀를 키우기 위해선 배와 관련된 일밖에 달리 일거리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교육받지 못한 여성들은 이런 배 녹을 떨어내는 단순한 일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약 5M 높이의 거대한 선박 벽에 매달려 망치를 들고 온종일 뱃전의 철판을 '깡깡' 대며, 허술한 밧줄에만 매달려 계속 두드리는 깡깡이 아지매들에게는 선택권이란 없었습니다. 어쩌다 불안한 작업대에서 서서 맨손으로 작업을 하다 떨어져 치명상을 입기도 하고, 잠깐 들어도 고막이 찢기는 망치질 소음을 막고자 돌돌만 종이를 귀에 겨우 꼽고는 다시 깡깡이 질을 했던 그녀들의 일당은, 겨우 생계 수준인 단돈 천원이었습니다. 그녀들이 이처럼 억척스러운 깡깡이 아지매가 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자신들 마냥 배운 것 하나 없이 자라날 자식들 걱정 때문입니다. 본인은 배운 게 하나 없이 가난했기에, 자식만큼은 번듯하게 키우고자 했던 그 마음만은 매일 5M 높이서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중노동의 공포와 소음도 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어머니였던 그녀들은 때론 그 모습이 너무 억척스럽게만 보였지만, 자식이 부모가 된 후에 그것이 사랑이었고 헌신이었음을 진정으로 깨닫습니다. 마치 자신의 눈물로 진주를 만드는 조개를 닮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어머니라는 존재, 어쩌면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이 말은 변하지 않을 진리일지도 모릅니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남기신 ‘어머님 회고’글이 참 정겹습니다. ‘어머니는 다 비우고 다 주고 가는 사람,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세월 따라 스미어오는 ‘십계명’의 효도 부분이 생각납니다(신명 5,16).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명령하는 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고 잘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자식 놈 걱정 땜에 허술한 밧줄에만 매달려 맨손으로 망치질 깡깡 거린 우리 어머님들, 일찍이 부모님께 못 다한 그 효도가 이제사 너무 안타깝게 스며오는 것 같습니다. 돌돌만 종이를 귀에 겨우 꼽고 망치질한 깡깡이 아지매님들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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