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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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7-19 | 조회수39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마태 11,25-27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철부지’란 ‘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철’이란 한 사회 안에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살아가기 위해 알고 또 지켜야 할 세상의 도리를 가리키지요. 이것을 잘 알고 지키면 ‘눈치’ 빠른 사람이라고 인정을 받고, 그러지 못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핀잔을 듣습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 나이나 지위, 상황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철 좀 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철부지들이 지닌 장점도 꽤 많습니다. 첫째 이들은 ‘잔 머리’를 굴리거나, 다른 이들 ‘뒤통수’를 치지 않습니다. 단순하고 솔직하게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에 믿을 수 있습니다. 둘째, 이들은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느라 정말 하고 싶은걸 못하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미루지 않고 즉시 하기에 삶의 만족도가 높지요. 셋째, 이들은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며 용서를 청할 줄 압니다. 그렇기에 괜한 일에 자존심 내세우며 버티다가 화해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습니다. 넷째, 이들은 작은 것에 만족하고 기뻐할 줄 알기에 남들보다 더 자주 행복할 기회를 누립니다. 이런 점들을 통해 볼 때 철부지들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누리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은 어떤지요? 그들은 남들보다 높은 수준의 교양과 전문지식을 갖추었기에 소위 ‘인텔리’라고 인정받는 이들입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존중하며 귀기울여 듣기에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 하느님 뜻에 맞는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릴 수 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경우를 찾아보긴 참으로 어렵습니다. 남들이 잘났다고 인정해주니까 자기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교만해지기 시작합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목이 뻣뻣해지고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무시하며 깔봅니다. 누가 자기 실수나 잘못을 지적하면 화가 나서 견디질 못합니다. 남들이 자기를 우러러봐주고 특별대우 해주지 않으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앙심을 품습니다. 남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며 자기만 옳다고, 그러니 자기 말을 들으라고 강요하는 오만과 독선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건에서 더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구원의 ‘기쁜 소식’은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자처하는 이들, 소위 똑똑하고 잘난 이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기 밖에 몰랐기에, 자기가 최고였기에 주님과 그분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철부지들은, 별 볼 일 없고 여러가지로 부족한 이들은 그분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참된 지혜를 지녔기에, 그 부족함을 인정하는 참된 용기를 지녔기에, 그래서 주님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뜨거운 열망을 지녔기에, 복잡하게 계산하거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주님의 말씀과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따랐던 겁니다. 그런 순명의 정신으로 살았기에 하느님께서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시며 배려하시는지를, 즉 자신을 위한 그분 사랑의 섭리를 깨닫고 누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모습을 본받아야겠습니다. 하느님에 대해 그저 머리로 아는 정도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분 마음과 뜻을 아는만큼 나 자신이 그에 맞도록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야 비로소 하느님 사랑의 섭리를 살게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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