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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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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20 조회수372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마태 11,28-30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삶은 고해(苦海)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에 수 없이 많은 파도가 밀려와 부딪히듯, 이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나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고통과 시련을 끊임 없이 마주하게 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석가는 육지의 동서남북을 둘러싼 네 면의 바다(사해四海)보다 우리 삶을 둘러싼 고통이라는 바다(고해苦海)가 더 크다고 했을 정도지요. 하지만 우리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그 고통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우리 삶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고통이 내 삶에 의미가 되고,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 됨을 알게 되기에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은 ‘삶은 고해다’라는 명제에 대해 예수님께서 내놓으시는 해답입니다. 그분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우리더러 당신께로 오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가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부모로서 져야 할 짐이 있고 자녀는 자녀로서 져야 할 짐이 있습니다. 누구는 질병과 약함을, 누구는 상처와 어둠을, 누구는 분노와 원망을 짐으로 지고 갑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믿었던 친구가,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이, 심지어 자기 자신이 짐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자기 짐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려 하고, 어떤 이는 다른 이의 짐을 떠맡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서로의 짐을 함께 나눠지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짐 때문에 우는 삶이 참 어렵고 힘들다고 느낍니다. ‘이 짐만 없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라며 자기 신세를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런 짐을 진 우리더러 당신께로 오라고 하시니, 혹여 그 짐을 대신 져주시거나 아니면 무게라도 좀 덜어주시려나 하고 기대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에 이어지는 예수님 말씀이 참 실망스럽습니다. 안식을 주겠다고 하시면서 짐을 내려놓으라고는 안하시니 김이 새는 겁니다. 내가 당신을 믿고 의지하는만큼, 살면서 겪는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주시거나 아니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직접적인 도움이라도 좀 주실 줄 알았는데, 당신 멍에를 메고 배우라고 하시니 대체 이게 뭔가 싶습니다. 지금 지는 짐만으로도 무거운데 뭘 더 어깨에 메라고 하시는지, 하루 하루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뭘 또 배우라고 하시는지 당최 그분 의도를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시는게 아닙니다. 구원 받으려면 우리가 ‘짐’처럼 여기는 그 십자가가 꼭 필요하기에 차마 내려놓으라고는 못하시지만 그걸 좀 수월하게 질 수 있도록 도구를 마련해주시고 방법을 알려주시려는 겁니다.

 

멍에는 소가 쟁기를 수월하게 끌고 갈 수 있게 해주는 보조도구입니다. 딱딱한 멍에를 메면 그것이 내 어깨를 짓누르기에 아프고 괴롭지만, 멍에가 주는 아픔의 크기보다 그 멍에 덕분에 짐을 한결 수월하게 질 수 있는 유익함이 더 크기에 지라고 하시는 것이지요. 예수님이 씌워주시는 멍에란 ‘신앙’을 가리킵니다. 때로는 신앙생활을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주님을 믿는다고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도록 직접적인 도움을 주시는 것도 아니고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시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신앙생활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싶은 겁니다. 하지만 신앙이 있기에, 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시는 주님께서 내가 멸망하지 않도록 지켜주신다는, 결국엔 나를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고통의 바다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절망 속에 자포자기 하여 가라앉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 뜻에 순명하는 겸손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온유함으로 신앙이라는 멍에를 기꺼이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우리가 찾는 참된 안식은 그 멍에 안에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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