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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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7-27 | 조회수485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마태 13,10-17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헬렌 켈러의 저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죽기 직전에 꼭 사흘 동안만 눈을 뜨고 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눈을 뜨고 볼 수 있다면 나는 나의 눈을 뜨는 그 첫 순간 나를 이만큼 가르쳐주고 교육해준 나의 선생 설리번을 찾아가겠다. 다음엔 친구들을 찾아가고 그 다음엔 들로 산으로 산책을 나가겠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는 먼동이 트는 웅장한 장면, 아침에는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하루를 지내고, 마지막 날에는 일찍 큰 길가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고, 아침에는 오페라를 오후엔 영화를 관람하고 싶다. 집에 돌아와 내가 눈을 감아야 할 마지막 순간에 나는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나의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이들에게 주님 말씀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은 그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눈으로 삶과 사람을 바라보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세상 곳곳에 남겨두신 당신 사랑의 흔적들이 보이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끄시는 그분 목소리가 들리지요. 그렇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조금씩 다가가다보면 언젠가는 그 나라가 주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때가 오는 겁니다.
헬렌 켈러는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중복 장애인입니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창구가 굳게 닫혀 있으니 철저한 고독과 절망 속에서 괴로워했지요.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잃지 않았기에, 육적인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육적인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것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난과 역경 안에서 자신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볼 수 있었고, 육신의 언어가 아니라 마음의 언어, 사랑의 언어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멀쩡한 두 눈과 귀를 지닌 우리는 삶과 사람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습니까? 하느님 사랑을 내 눈에 보이는 증거, 내 마음에 드는 조건으로 확인해야만 믿겠다는 완고함으로 버티고 있지는 않은지요? 내가 좋아하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는 고집으로 두 귀를 막은 채 내 양심에 울리는 하느님의 음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그렇게 고집으로 눈을 가리고 욕심으로 귀를 막은 채로는 하느님 나라로 가는 구원의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것입니다. 먼저 감사할 줄 아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가난하고 부족하더라도, 온 세상 구석구석을 사랑으로 채우시는 주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큰 감동과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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