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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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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08 조회수349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 마태 14,22-36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우리 마음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가를 반복하는 듯 합니다. 조건에 여유가 있으면 마음도 여유로워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범하게 처신하지만, 조건에 여유가 없고 쪼들리면 마음도 바짝 쪼그라들어서 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기도 하지요.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하면 그 상황 자체에만 매달리느라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잃기에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마는 겁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때일 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늘 깨어 있으라’는 예수님 말씀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베드로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게 됩니다. 베드로가 충만한 믿음으로 예수님만 바라보았을 때는 그분처럼 물 위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 마음이 쪼그라들어 그의 시선이 예수님이 아닌 물쪽을 향하자 물 속으로, 그를 늪처럼 휘감고 잡아당기는 걱정과 두려움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칠고 험한 세상 한가운데 있어도 믿음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예수님만 바라보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흔들릴지언정 결코 꺾이지는 않는 굳은 평정심 속에서 능력의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두려움에 눈이 멀면, 나를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시련과 고통 그 자체만 생각하면, 도무지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그런 나를 도와주시려고 가까이 다가오시어 손을 내밀어도 그런 그분의 모습을 나를 괴롭히고 해치려는 적대자의 모습으로 오해하여 피하려고 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거센 바람이 부는 고통의 바다가 아니라, 그 바다 위에 서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맞닥뜨린 것이 내가 망할지도 모를 ‘위험’이 아니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닫게 됩니다. 베드로는 눈 앞이 캄캄한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께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시련을 주님께 대한 믿음이 깊어지게 만드는 기회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물위를 걸어 당신 가까이 가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굳이 물 위를 걷겠다고 한 것은 그렇게 하시는 예수님의 능력이 대단해보여 호기심으로 청한게 아닙니다. 시련과 고통이라는 파도는 믿음으로 밟으면 주님께 가는 ‘길’이 되지만, 걱정과 두려움에 빠져 피하려고 들면 나를 더 깊은 절망 속으로 잡아당기는 ‘늪’이 되기에,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고자 했던 겁니다.

 

물론 베드로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자기 눈앞에 닥친 고통과 시련이 너무 커보였던 나머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 그의 시선을 고통 그 자체에 빼앗겨 버렸던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그를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손을 내밀어 그의 부족한 믿음을 사랑으로 붙들어 주십니다. 그리고 의심 없이 꾸준히, 끝까지 믿어야 함을 알려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고통과 시련 앞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베드로처럼 실수하고 잘못해도 언제든 주님께 ‘구해달라’고 소리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넘어지고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주님께로 나아가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는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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