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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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08-10 | 조회수525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요한 12,24-26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우리가 오늘 기억하는 라우렌시오 성인은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기 지위를 이용하여 권력자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줌으로써 박해를 피하고 자기 안위를 챙길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주님 만을 따르고 섬기며,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주님 말씀에 따라 교회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이 오롯이 박해를 감당하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 그의 행위에 분노한 박해자들이 그를 불에 태워 죽이는 가혹한 형벌에 처했지만, 라우렌시오 성인은 믿음과 여유를 잃지 않고 그들 앞에서 끝까지 자기 신앙과 신념을 지켰다고 전해집니다. 말 그대로 ‘땅 속에 묻힌 밀알’이 되어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데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친 겁니다.
그에 비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은 어떤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모두가 자기 것만 챙기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온전한 자기 희생은 불가능한 목표처럼 여겨집니다. 그나마 신앙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하느님을 믿고 따른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위한 배려를 실천하면서도, 그로부터 기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금방 지쳐서는, ‘내가 이 정도 했으면 당신도 바뀌어야 되지 않느냐’고, ‘왜 항상 나만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느냐’고, ‘이젠 나도 절대 손해보지 않을테니 이번만큼은 당신도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라’고 불평과 불만, 짜증과 비난을 쏟아내지요.
하지만 ‘땅 속에 묻힌 밀알’이 된다는 것은 그런게 아닙니다. 남이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내가 주님 뜻을 따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기꺼이 해야만,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거나 희생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억울하게 생각하거나 생색내지 않고 오히려 주님 뜻을 따르게 되었음을 기쁘게 받아들여야만, 내 안에 가득 차있던 욕심과 집착, 고집과 교만이 썩어 없어지고 하느님을 닮은 그분 자녀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기쁨을, 그분께서 맺어주시는 풍성한 열매를 누리며 살 수 있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밀알’이 썩는 두려움을, 하느님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견뎌야 할 인고의 시간을 잘 이겨내야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노력은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것입니다. 이는 자기 자신을 싫어하고 분노를 표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미워한다는 말은 ‘흘려버린다’는 뜻입니다. 목숨을 비롯하여 내가 세상에 가지고 누리는 모든 것들에 집착하다보면 그 집착이 나에게 ‘독’이 되고 하느님 뜻을 따르는데에, 영원한 생명을 받아 누리는데에 방해가 되기에 그것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마음을 흘려버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그것들을 주신 것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라는 뜻이 아니라, 나를 통해 그것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것이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기를 바라시기 때문임을 생각하며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그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내 주는 것입니다. 그런 ‘흘려 보냄’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분으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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