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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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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11 조회수448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 마태 16,24-28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뒤를 따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참 생명과 행복을 누리려면 두 가지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하나는 자신을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이지요.

 

먼저 ‘자신을 버리라’는 말씀에 머물러 봅니다. 무엇이든 흐르지 않으면 생명력을 잃습니다. 돈은 세상 구석구석을 돌며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라고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욕심으로 어느 한 곳에 고이고 갇히면 썩어서 악취를 풍기며 그와 주변 모두를 병들게 합니다. 그건 우리의 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하루 하루 살아가는 이 시간은 내 안에 가둬두라고 주신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주어 그와 나 사이를 흐르게 하라고 주신 것입니다. 하지만 내 시간을, 내 생명을 절대 내놓을 수 없다고 집착하며 버티면 내가 그것의 소유물이 됩니다. 매 순간 ‘죽으면 어쩌나’, ‘뺏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전전긍긍하느라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들을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 불행한 존재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내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무엇이든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주님 손에 맡겨드려야 합니다. 나를 위해 준비하신 주님의 선한 뜻과 계획 안에서 자유롭고 기쁘게 사는게 참된 행복을 누리는 길입니다.

 

다음으로는 ‘제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에 머물러 봅니다. 여기서 ‘지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의 원래 뜻은 어깨에 짊어지고 질질 끌고가는게 아니라, 어머니가 아기를 가슴에 품어 안듯이,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가슴에 품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즉 주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십자가를 마지못해 억지로 떠맡은 채 질질 끌고 다녀서는 신앙생활의 참된 기쁨을 누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분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기쁘게 끌어안아야 비로소 ‘나의 십자가’가 되고 ‘나의 구원’이 되는 겁니다.

 

십자가를 끌어 안는다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나와 입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와 포용으로 끌어 안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다름으로 부족함을 채워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끌어 안는다는 것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현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이 상황을 겸손과 순명으로 끌어 안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의 뜻이 곧 내 뜻이 되게 함으로써 어떠한 변수에도 당황하지 않고, 어떤 고통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 나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끌어 안는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여겨 꺼려지는 병고와 노화, 절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죽음까지도 믿음과 신뢰로 끌어 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느님께서 나의 부족함과 약함, 나의 한계와 잘못들을 통해서도 당신 뜻을 이루시도록 나를 그분께 내어드림으로써 그분과 함께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의 기본 원칙은 “올 인”입니다. 신앙생활은 ‘모든 것을 버려서 모든 것을 얻는’ 생활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부질 없는 것들, 나를 병들게 만드는 해로운 것들을 모두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하느님을 모셔 들임으로써 그분의 전능하심과 자비에 힘 입어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고도 충만하게 누리는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 ‘적당히 대충’은 없습니다. 우리 구원에 애매모호한 ‘중간’은 없습니다. 지금 과감하게 다 버리지 못하면 나중에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할 일은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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