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활묵상: 우연히 발견한 잠자리의 본능을 보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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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강만연 | 작성일2023-08-16 | 조회수287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제가 한 번씩 방문하는 친구의 집이 있습니다. 친구의 집 주변에 잠자리가 간혹 간이건물 주위를 자주 맴도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엔 건물은 지붕만 있는 구조인데 그 간이건물 속에서 계속 지붕에 잠자리가 부딪치는 것입니다. 처음 여러 번은 자연스럽게 봤습니다.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잠자리가 이동하다 보면 날아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입니다. 한 시간 남짓 친구랑 대화를 하고 난 후에 가려고 하는데도 계속 지붕에 자신의 몸을 부딪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런 걸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는 보니 주위에 죽은 잠자리가 좀 있었습니다.
누가 잠자리채로 잡아 채집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는 건 무슨 이유가 있다고 자세히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 같으면 이런 말을 했을 겁니다. "멍청아! 옆으로 비켜 가면 되는데 왜 그래"하고 말입니다. 그러던 차에 제가 부채 같은 걸로 잠자리를 간이건물 처마에서 탁 터인 공간으로 유도를 해도 계속 처마에만 또 부딪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가 잠시 방어를 한다고 움직이다가 어떻게 옆 공간으로 움직여서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냥 날아가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어떤 기울기로 몸이 비상하는 게 아니라 거의 수직으로 90도 각으로 비상해 나가는 것입니다. 제가 두 마리 모두 그렇게 해서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왜 잠자리가 계속 옆에 탁 트인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마치 누가 막아서 나가지 못하게 해서 저항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상하게끔 한 이유 말입니다. 두 마리를 날려보내고 나서 생각한 게 있습니다. 잠자리가 생각하는 존재라면 당연히 옆으로 이동해 날아갔을 텐데 그저 자신의 몸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행동만 반복하다 보니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걸 보면서 우리 인간도 마치 이와 같은 잠자리와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도 잠자리처럼 우리가 모르는 그런 본능이 있습니다. 그건 뭐 한두 개가 아닐 것입니다. 그게 좋은 성질의 본능이면 상관없지만 좋지 못한 본능도 있습니다. 잠자리는 생각이 없어서 그저 끝까지 자기 본능대로 하다가 그냥 지쳐서 죽는 것입니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잠자리가 죽은 이유는 누가 임으로 폐쇄공간을 만들어 죽게 한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들어왔다가 그만 자기 본능에 충실해 그대로 행동해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죽게 된 것입니다. 만약 잠자리가 그런 상황에서 조금만 자신이 융통성 있게 잠시나마 자기의 본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했더라면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저에게는 그날 잠자리를 보면서 많은 묵상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에게도 내면에는 마치 잠자리가 우리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땐 우매한 것처럼 보이듯이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런 우매한 짓을 하는 잠자리와 같은 신앙생활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모습을 우리보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가 우리의 지금 신앙생활을 마치 우리 인간이 잠자리를 보고 우매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의 모습도 그럴 것입니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를 하느님과 예수님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존재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한번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우리가 잠자리와 같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할 겁니다.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잠자리보다 더 못할지도 모릅니다. 왜냐고요? 잠자리는 그저 본능에만 충실해서 자신의 몸만 해를 입었지만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곁들어져 그 생각으로 인해서도 나쁜 것도 나오게 하기 때문에 어쩌면 잠자리보다도 더 좋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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