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십자가 현양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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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3-09-13 | 조회수723 | 추천수6 | 반대(0) |
여행 중에 교우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어떻게 운명처럼 예수님을 만났습니까?” 저는 모태 신앙이기에 어려서부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학문적으로 예수님을 만난 것은 신학교에서 신학과 성서를 배울 때였습니다. 신앙 안에서 예수님을 만난 것은 사제가 된 후 몇 번의 좌절과 시련을 겪은 다음입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기도할 때, 길을 걸으며 묵주를 돌리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먹구름 뒤에는 밝은 태양이 있듯이 시련과 좌절이 지나가면 주님께서 그 시간에 함께 하셨음을 알았습니다. 배우자와 결혼 하면서 예수님을 만났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무교였지만 배우자의 신앙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예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는 배우자를 보내 주셨고, 배우자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예수님을 만났으니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한 자매는 홀로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예수님을 만났다고 합니다. 편하고, 어려움이 없을 때는 습관적으로 교회에 다녔는데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있게 되면서 예수님을 더욱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 혼자 있는 것도 외롭지 않고,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도 두렵지 않다고 합니다. 문병란 시인은 ‘희망가’라는 시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한 고비 지나면 구름 위 태양은 다시 뜨고/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시련과 좌절의 표상인 십자가는 신앙인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위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첨탑에는 십자가가 있고, 성당의 제단 뒤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시면서 하느님께 이렇게 청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괴로웠지만 행복했던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셔야 할 일을 잘 아셨고,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전에는 치욕과 모욕의 상징이었던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지고가심으로써 속죄와 구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해야 할 일을 외부에서 찾은 적이 많습니다. ‘성공, 명예, 업적, 능력’이 내가 해야 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나 정말 해야 할 일은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눔, 헌신, 십자가, 사랑’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면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이 세상에서 이미 시작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알았고, 최선을 다했던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은 예배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렸습니다./ 첨탑이 저리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드러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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