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중년의 멋 | |||
---|---|---|---|---|
이전글 | ■† 11권-107. 사랑 안에 당신 자신을 쏟아 붓기를 원하시는 예수님 [천상의 책] / ... |1| | |||
다음글 |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사제 정진만 안젤로) |1| | |||
작성자김대군 | 작성일2023-10-11 | 조회수245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나 어릴적엔 우리집 울타리에 아주까리가 몇 그루 있었다. 잎사귀는 큼지막하고 열매가 열렸는데 ‘이것 뭐하러 심어놓았는가?’ 하며 어머니께 물어보니 나물도 해먹고 씨앗은 머리에 기름을 바른다고 하셨다. 과연 아주까리를 삶아서 무쳐먹으니 맛이 있었다. 그리고 아주까리는 무슨 맛인가 하며 씨앗을 먹어보니 맛은 전혀 없고 오히려 느글느글해서 구토가 날 지경이었다. 그 기름은 비행기 기름으로 쓴다고도 하여 ‘무슨 비행기에 아주까리 기름을 쓰지. 엄청많은 기름을 써야 할텐데. 도대체 아주까리 기름이 얼마나 나오길래.’ 그후 나는 남자나 여자의 머릿결에 기름이 발라져 올곧게 빚어진 것을 보면 ‘저 사람은 포머드 기름을 발랐을 거야.’ 라는 생각에서 이제는 ‘아주까리 기름이 잘 발라져 있으니 멋있군.’ 했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머릿결.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면 그 기름을 머리에 발라야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성의 머리카락에 윤기나게 발라진 것보다는 남성의 단정한 머리에 발라진 것이 멋있게 보이는 것은 어째서 일까?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중년의 멋. 그런데 아주까리라는 말은 우리나라 말 같지도 않다. ‘아주 가리’ ‘그래 아주 가거라’, ‘아주 까리.’ ‘그래 아주 까라’ 하여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우습기도하다. 티브이에서 어떤분이 깐죽거린다는 말을 하길래 ‘별로 호감이 가는 언어가 아니군.’ 하며 생각하기도 했다. 아주까리는 독성이 있어서 사람이 먹으면 죽는다고 한다. 난 그보다 비행기 기름을 먹었으니 저 하늘 높이 날아야 하지 않겠는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