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3.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벙어리 마귀를 쫒아내심으로써,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십니다. 이에 대한 유대인들은 세 가지로 반응합니다.
<첫째>는 예수님의 권능을 보고서 놀라워하는 이들이요, <둘째>는 예수님의 권위와 권능을 의심하고, 예수님을 대적하는 이들, 곧 예수님에게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루카 11,15)고 뒤집어씌우는 이들이요, <셋째>는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표징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그야말로, 요한복음사가의 말대로 그들은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던 것입니다.”(요한 3,19).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두 가지 논거로 반박하십니다. 첫째는 만일 예수님께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한다면, 결국 베엘제불이 자신의 세력을 제거해버리는 것이기에 모순이요, 둘째로는 자신들의 아들들이 마귀를 쫓아내는 것 역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는 것이기에 모순된다는 것입니다. 고로,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는 비방은 완전히 부정됩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단지 그들의 비방과 모함에 대해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이는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낸 사실이 단지 하나의 기적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능’임을 말해줍니다. 곧 “하느님 나라”의 임재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 ‘이미’ 와 있는 하느님 나라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에게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을 받으셨을 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
또한, 예수님께서 사탄을 쫒아낸 자리를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사탄이 쫓겨난 ‘빈자리’에 예수님으로 채워져 있는지 말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사탄이 더 세고 맹렬한 힘을 갖추고 떼로 몰려올 것입니다.
사실, 사람의 영혼은 임자가 있어야 하는 집과 같습니다. 만약, 집이 비어 있고 임자가 없으면, 마땅치 않는 자들이 침범해 들어와 살 것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집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집을 빚으로 채우는 일인 것입니다. 만약 죄나 어둠을 비우고 깨끗해지고도, 그냥 그대로 있게 되면 그 자리는 즉시 또 다시 어둠이 찾아들게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어둠과 악이 동료들을 데리고 떼거리로 몰려들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영혼의 집이 거룩함으로 채워져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거룩한 주인을 모시는 일입니다. 거룩하신 분이 우리의 주인이 되고, 우리 영혼의 집이 ‘거룩한 분의 성전’이 되는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의 감실인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11,20)
주님!
제 안에는 당신 형상의 빈자리가 있습니다.
오로지 임자이신 당신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당신께서 제 안에 계시오니, 당신의 나라를 드러내소서!
제 영혼이 당신의 성전이오니,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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