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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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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8 조회수294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루카 10,1-9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오늘은 성 루카 복음사가의 삶과 업적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전교여행에 함께 한 그는 주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그리고 그분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뜻과 가르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당시 사회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힘 없고 가난한 이, 죄인들과 병자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베푸시는 예수님의 자상한 모습을 감동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지요.

 

이처럼 주님의 생애를 기록하고 전한다는 것은 학문적 호기심이나 예술적 능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주님께 대한 굳건한 믿음과 깊은 사랑이 동반되어야만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주님의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막힘 없이 술술 풀어낼 수 있을 정도로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그분께서 하신 말씀 한 마디, 그분께서 일으키신 사건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기며 하나씩 깨달아갔던 겁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거룩한 삶과 숭고한 희생이 사람들에게서 잊혀지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겠지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주님을 다른 이들이 잘 알고 사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기록을 남기는 것, 그것이 루카 복음사가가 주님을 사랑한 특별한 방식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루카 복음사가만 단독으로 전하는 부분으로 예수님께서 ‘일흔 두 제자’를 지명하시어 복음 선포의 사명을 맡기고 파견하시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애절한 마음이 묻어나는 구절에 머물러 봅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당신의 뒤를 따르는 복음 선포의 여정이 아무 근심이나 걱정, 시련과 도전이 없는 ‘꽃놀이 여행’이 아니라는건 예수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표현하신 그대로 당신 뜻에 순명하고 따르며 ‘순한 양’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잔뜩 굶주린 ‘이리떼’처럼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세상 사람들 한 가운데로 보내시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지요. 안그래도 힘든 고생길에 최소한의 안위마저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받는 극한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라고 우리 등을 떠미시는 그분 마음이 절대 편하실 리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돈이나 여행 물품 같이 작은 도움이라도 될 것들마저 가져가지 말라고 하셔야 하니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드셨을 겁니다. 하지만 구원의 길을 걷는 여정이 잠깐이면 끝날 여행이나 출장이 아닌 이상, 잠시 우리 곁에 있다가 사라져버릴 세상의 것들에 의지해서는 안됨을, 영원히 변치 않고 우리와 함께 있을 하느님 말씀과 그분 섭리에 온전히 의탁하는 것만이 이 고된 여정을 무사히 마치는 유일한 방법임을 아셨기에,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권고하신 것이지요.

 

사도 바오로의 선교 여정에 동반한 루카 복음사가도 예수님의 이 권고말씀을 충실히 지켰기에 고통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을 끝까지 잘 수행할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도 그런 그의 모범을 본받아 나 자신을 주님께 철저히 의탁하며 나의 삶 자체가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는 생생한 기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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