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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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1-11 | 조회수23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 루카 16,9ㄴ-15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오늘 복음은 어제 들은 ‘약은 집사의 비유’를 예수님께서 해석해 주시는 부분입니다. 그가 주인의 재산을 낭비한 것은 그의 재산을 자기 것처럼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인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의 재산도 소중히 여겼을 것이고, 함부로 낭비되거나 의미없이 허비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잘 관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자기 것’처럼 여기지 않았기에, 어차피 그 재산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남의 것’이라 여겼기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함부로 다루었던 것이지요. 주인이 되고 싶었지만 올바른 주인의식을 지니지 못했기에 참된 주인이 되지 못했던, 집사의 단점과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단점과 한계 덕분에 그 집사는 자기 손에 있는 재물을 ‘불의한 재물’로 여길 줄 알았습니다. 자기 능력과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마련한게 아니니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집사로서의 직무를 마무리하면서, 자기 수중에 있는 것들을 다른 이들 앞에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니’, 내 것이 아닌게 분명한걸 뒤로 빼돌려봐야 결국 주인이 다 찾아낼 게 뻔하니, 제가 가지려고 무리수를 두다 허무하게 뺏기는 쪽보다, 그 재물을 잘 활용하여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줄 친구를 만드는 쪽을 택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선택이 그 집사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제 살길을 마련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자기가 가진 재물이 더 많은 이들에게 두루 이익이 되고 기쁨이 되기를 바란 주인의 선한 의도에 부합하게 되어 질책이나 비난 대신 칭찬을 받게 되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겠지요.
우리가 세상에서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재물은 다 ‘불의한 재물’입니다. 즉 순수하게 나의 능력과 힘만으로 만든 100% 나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덕분에 100% 거저 누리게 된 그분의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것은 나를 위해서 쓸 생각 말고 하느님을 위해, 그분 뜻을 이루기 위해 써야 합니다. 재물을 나의 것으로 여기며 집착하면 나는 하느님을 주님으로 섬기는 종이 아니라, 그분을 나의 것을 빼앗는 경쟁자로 여겨 배척하는 사탄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돈을 좋아했고 재물에 집착했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억지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하느님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방해하는 경쟁자로 여겨졌고, 그렇게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돈에 대한 욕망과 집착에 마음이 잠식당해 ‘맘몬’을 섬기는 우상숭배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주님께서 그런 그들에게, 그리고 재물에 대한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들에게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세상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이시니, 재물을 만드시고 주시는 분도 하느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재물을 주시는 분을 섬겨야지, 그분이 주신 재물 자체를 섬기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신앙인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재물을 통해 하느님을 보지 못하면 재물 자체에 집착하다가 결국 그 재물에 종속되고 맙니다. 그러니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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