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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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3-11-16 | 조회수296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루카 17,20-25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요즘은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너무 힘들고 괴롭다보니 어떻게든 그 상태에서 벗어나보고자 여러가지 것들로 마음을 채우려고 시도하지요. 첫번째는 물건으로 채우려고 드는 경우입니다. 옷장을 열어보고는 ‘입을만한 옷이 없어’라고 되내며 백화점으로 달려가 예뻐보이는 옷을 잔뜩 사들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잠시 흡족해질 순 있지만 결국 다음 달에 카드내역서를 보며 뼈저리게 후회하게 되지요. 두번째는 사람으로 채우는 경우입니다. 친구, 동료, 선배, 후배 등을 모두 불러내서 왁자지껄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다시 혼자가 되면 허전함으로 인해 오히려 외로움이 더 커집니다. 세번째는 여행으로 채우는 경우입니다. 낯선 장소를 찾아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면 외로움이 잠시 잊혀지지만, 그런 여행이 계속 반복될수록 새로움이 주는 자극은 점점 시들해지고 내 삶의 터전이 더 별 볼 일 없게 느껴져 힘이 듭니다. 네번째는 일로 채우는 경우입니다. 외로움이 느껴질 틈이 없도록 추가근무, 공부, 취미활동 등으로 빽빽하게 시간표를 채웁니다. 그러나 외로움도 피로도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내 몸에 쌓이지 않는게 아니지요. 결국 몸도 마음도 완전히 방전되어 더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보채듯이 묻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유다인들은 로마라는 초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며 깊은 고통과 슬픔에 신음하는 처지였기에, ‘메시아가 빨리 오셨으면’하는 기대가 간절했습니다. 메시아가 오시기만 하면 강력한 힘과 능력으로 자기들을 이끌어 로마를 몰아내고 다윗왕 시절에 누리던 영광과 기쁨을 되찾게 되리라는 희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냉혹한 현실 속에서 참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텅 빈 마음을 ‘하느님 나라’가 주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부귀영화로 채워보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팡파르를 울리고 꽃가루를 날리며 위풍당당하게 등장하는 개선장군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마음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이미 존재한다고, 하느님의 뜻과 다스림은 어느 순간 짠하고 갑자기 이루어지는게 아니라 우리 삶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리스도 신앙인이 희망하고 바라는 하느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고 섬기며 따르는 우리 ‘가운데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가운데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그분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참된 행복의 나라로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겁니다. 즉 우리가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르며 기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 곧 하느님 나라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세상의 부질없는 것들로 내 마음 속 허전함을 채우려고 들지 말아야겠습니다. 나의 삶과 마음을 참된 기쁨으로 충만하게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내 마음에 모시고 그분 뜻을 따르며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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